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이 지사가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침묵한 행위가 특정 사실을 적극적이고 널리 알리려는 취지와 무관했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날 이 지사 사건의 심의와 선고에는 대법관 13명 중 김선수 대법관이 과거 다른 사건에서 이 지사의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로 회피를 신청하면서 12명만이 참여했으며, 파기환송 7대 유죄 5로 나뉘면서 이 지사의 운명이 결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한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관련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 발언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피고인으로서는 상대 후보자의 질문 취지나 의도를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사실이 있느냐’로 해석한 다음 그러한 평가를 부인하는 의미로 답변했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상대 후보자 질문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재판부는 이 지사가 해당 TV토론회에서 부인 답변을 제외한 나머지 발언에서 허위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서 2심에서 이 지사에 대해 유죄로 판단됐던 쟁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뒤집힌 것이다.

2심에서는 이 지사가 강제 입원 절차 개시 지시 등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후보자가 토론회 등을 통해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하고 자유로운 의견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했다.

또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된 TV토론회 발언의 경우에는 이 같은 선거의 취지에 부합하는 선거운동 방식 중 하나라는 점에서 다소 부정확한 발언이 있더라도 허위사실 공표죄로 엄격하게 처벌해선 안 된다"며 "설령 후보자가 일부 잘못 발언하거나 허위의 표현을 해도 사후 검증하는 게 민주적인 제도이며,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검증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TV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대답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단순한 묵비가 아니라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 선고 직후 이 지사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헌법 합치적인 해석의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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