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의 시대’가 왔다. 코로나19가 보건·의료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경제를 혼돈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뿜어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성장 침체 국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교역 사슬의 극단적 단절과 붕괴는 공항·항만을 끼고 있는 물류도시 인천의 앞날에 커다란 먹구름을 드리운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세상의 급속한 변화와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산업, 인천 기업의 고민은 날로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치열한 샅바싸움 속에서 전통제조업 중심의 인천 중소기업이 이대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인천 기업은 어디쯤 와 있는지, 대응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지 지역 경제단체와 전문가를 통해 현황과 대안을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부평·주안 산단 전경. <부평구 제공>
부평·주안 산단 전경. <부평구 제공>

# 코로나19 비상, 제조·생산·수출·수입·물류 뚝, 실업↑ 전방위 압박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 1월 이후 인천지역 제조업 생산은 전 업종에 걸쳐 감소세가 확대됐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지역 주력 업종인 자동차·기계장비·전자부품 등의 생산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9%까지 급락하면서 산업 전반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동·주안·부평산업단지 등 지역 3대 국가산단에는 8천500여 개 기업이 몰려 있지만 코로나19로 가동률은 60%대에 불과하고, 생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까지 떨어져 2조6천951억 원에 그쳤다. 또 글로벌 생산 공급망이 끊겨 5월 기준 지역 수출은 -17.8%, 수입은 -25.2%로 곤두박질쳤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의 상황도 참담하다. 인천공항은 2003년 개항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여객(-97.6%)·운항(-77.1%)이 감소했고, 항만화물 운송(-8.8%)도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지역 실업 문제도 만만치 않다. 올해 5월 건설업과 서비스업 근로자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지난해 5월에 비해 2만4천 명 감소했고, 실업률은 4.7%로 전국 수준(4.5%)을 상회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역시 5∼6월 중 지역 실물경제 동향이 제조업 생산, 대형 소매점 판매, 해외 수출 등 전 분야에서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의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인천 기업 4분의 1, 매출 하락 심각…신사업 발굴보다 긴축경영으로 버텨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인천 기업의 세부 실상은 인천상의가 지역 기업 200여 곳을 상대로 최근 진행한 기업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응답 기업의 23.2%가 ‘내수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었고, 향후 연말결산을 통해 올해 매출액 감소를 예상하는 기업은 82.1%에 달했다. 앞서 살펴본 수출 감소(15.6%), 자금 조달 난항(14.4%), 공급망 타격으로 인한 생산 차질(7.4%) 등도 지역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68조 원의 예산을 세워 이 중 44조 원을 최근까지 쏟아부었지만 인천 기업의 64.2%는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88.1%는 코로나19 관련 정부 자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지원금을 받은 업체는 11.9%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국가정책에서 동떨어져 있는 인천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응답 기업의 21.4%는 기존 거래처가 빠져나가지 않게 관리에 초점을 뒀고, 나머지는 임금 삭감·유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긴축경영(13%)이나 채용 축소(10.6%) 등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반면 코로나19 기업 출구전략으로 자주 언급되는 비대면(온라인) 마케팅 강화(9.4%), 신사업 발굴·사업구조 개편(7.9%), 원자재의 국내외 대체거래선 발굴(4.9%) 등을 추진하는 기업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드문 실정이었다.

장웅성 원장이 인천상의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생존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인천상의 제공>
장웅성 원장이 인천상의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생존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인천상의 제공>

# 전문가, 위기 극복 최소 2년… 디지털 대전환 안 하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인하대 융합혁신기술원 장웅성 초대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과 대학의 쌍방향 생존 전략을 짜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선도적 인물이다.

장 원장은 최근 인천상의가 주관한 지역경제 현안 토론회에 나와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 보호주의 무역전쟁, 디지털·네트워크 혁명, 폐쇄적·수직적 산업생태계, 구조조정이라는 여러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이 같은 딜레마에서는 더 이상 선발주자를 추격하는 후발주자 전략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 혁신, 제조·융복합 확장, 녹색산업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형 ‘플랫폼’ 생태계 전략으로 꺼져 가는 지역경제의 성장엔진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인천의 항만·공항·물류 순환의 입지적 특성으로 플랫폼 구축의 승부수인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매우 유리하고, 이는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유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역 산업구조가 시급히 고부가가치 미래 신산업으로 고도화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생산네트워크사슬(GVC)의 안정화를 위해 인천만의 첨단산업 통합 허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소수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확대해 대·중·소기업 간 연결과 협업이 자유로운 개방형 네트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기업, 지역,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의 허브로서 인하대 융합혁신기술원(IIT)은 앞으로 산학 혁신의 모범적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장웅성 원장은 "한국 산업 70년 동안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성공해 왔다"며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가 전환에 대한 절박함, 전환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 동시다발적 변화를 위한 노력만 있다면 다가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전환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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