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병력감축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달 주독 미군을 3만5천 명에서 2만5천 명으로 감축한다고 발표할 때도 그는 "독일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한 바 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16일자 기고문에 "트럼프는 ‘미국이 왜 그동안 한국을 보호해왔는지 모르겠다, 한국인들은 우리에게 돈을 내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놨다"고 언급했다. 동맹의 가치보다 눈앞의 이해득실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쫓는 사람을 협상파트너로 둔 우리 처지가 서글플 따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의 최대 업적인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도 김여정의 도발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일순간에 무력화됐다. 이 역시 우리가 피해자다. 애초부터 그들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 선군정치 체제와 적화통일 노선을 바꿀 계획도 없었다. 그저 우리만 바꾸길 원했고, 결국 그렇게 됐다. 인구 감소율이 세계 최고수준인데 군 복무 기간은 줄어들고,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판결이 쏟아져 나왔다. 

군 기강 및 경계태세가 창군 역사상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각종 군사훈련들이 취소되고, 이상한 명목(재난지원금)으로 국방 예산까지 삭감됐다. 이렇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미군감축, 대북지원, 무장해제’를 하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인류사 자체가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느 곳에선가는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살상,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북한 지배계층은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표리부동한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수차례 남북회담 속에서도 그들은 쉬임 없이 사상 무장을 강화하며, 전력 증강에 주력해왔다. 밖으로 숨겼을 진 모르나 멈추거나 바꾼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우리도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 설혹 대화와 교류, 협력을 하더라도 ‘튼튼한 안보 역량의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게 맞다. 미군이 있든 없든, 북 비핵화가 되든 안 되든, 부국강병 노선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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