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년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당내에서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이 지사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부산시장 공천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이 지사가 저렇게 말해 버리면 일주일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지금 저렇게 모두 답변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다 성추행 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가 개인적으로도 의견을 표출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셈이다.

또 이 지사의 의견과 달리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권 도전에 나서는 주자들 사이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당대표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수도와 제2도시의 수장을 다시 뽑는 건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공천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으며, 이낙연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올 연말쯤 될 텐데, 먼저 끄집어내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 일인가"라며 이 지사의 발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박주민 최고위원도 "과거 부산 공천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서울시장까지 공석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손바닥 뒤집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모습이 공당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의 의견대로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성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헌을 고치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은 쪼잔하게 보일 수 있다"며 "일 년짜리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깨끗이 사과하는 대신 내후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기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며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면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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