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차병원 부인암센터 박현 교수.
분당 차병원 부인암센터 박현 교수.

전이와 재발 비율이 70%에 달하는 난소암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부인암센터 박현·안희정 교수팀이 유전자분석을 통해 일반 난소암 조직과는 다른 난소암의 전이와 재발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줄기세포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난소암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암세포 스페로이드는 암의 전이와 재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암세포가 구형으로 모여 있는 집합체를 말하며 줄기세포가 다량 포함돼 있는 조직이다. 원래의 암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스페로이드가 다른 기관에서 자라면 전이가 이뤄지고, 수술이나 항암치료 후 남아 있던 암세포 스페로이드가 다시 자라면 재발이 된다.

박 교수팀은 전이와 재발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난소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세포를 채취해 환자유래 난소암 세포 스페로이드를 만들었다. 이를 사용해 전사인자를 포함하는 주요 유전자와 마이크로RNA의 발현 정도를 각각 측정했다.

분석 결과, 전이나 재발에 관여하는 난소암 세포의 경우 원래 난소암 세포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암세포는 세포의 증식과 주변과의 신호 교환이 활발한 데 반해 전이나 재발된 난소 암세포 스페로이드는 세포주기와 신호전달체계가 억제돼 있었다. 대신 암세포의 유전자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EGR1과 MYC, miR-130a-3p와 같은 전사인자들이 특이적인 양상으로 발현됐고, 이 전사인자들이 여러 유전자를 능동적으로 조절해 세포의 증식과 신호 전달을 줄이고 있었다. 종양을 증식시킨다고 알려진 MYC는 저발현, 종양을 억제하는 EGR1은 과발현돼 있었다. 이런 발현 방향이 줄기세포를 휴면상태로 유도한다고 알려졌다.

난소암 세포 스페로이드는 줄기세포처럼 휴면상태에 들어가서 복수나 혈액에서 사멸되지 않고 생존해 전이를 일으키고, 항암화학요법이 시작되면 휴면상태로 다시 들어가 견뎌 내면 이후 재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예측했다.

박현 교수는 "일반 난소암 세포와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보이는 세포에 의해 전이와 재발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증식력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기존 치료법은 난소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을 수 없기에 난치성 난소암 치료를 위해선 줄기세포의 특징과 종양 주위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난소암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Ovarian Cancer Research’ 최신 호에 게재됐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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