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실시한 대의원대회 투표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안’을 61.7%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지도부는 합의안을 추인받지 못한 책임을 지고 다음 날 동반사퇴를 했다. 노사정의 모든 주체가 마주 앉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무렵 22년 만이었으나 지난 4월 시작된 노사정 대화는 민주노총에 의해 석 달 만에 좌초되고 말았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이 IMF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모처럼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모았으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좌초된 것은 아쉽고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제1노총의 지위에 있다. 국내 최대 노동단체가 자신들의 수장의 제안으로 시작하고 어렵사리 도출한 합의안마저 무산시킨 행태는 고립과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마저 든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불참하거나 논의를 무산시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화 불참 사례는 차치하고서라도 2018년 5월에는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었고, 새로운 노사정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두고서도 극심한 내홍을 겪다가 결국에는 불참키로 하는 등 강경 일변도 전략을 이어가면서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번 사안도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노사정이 만든 잠정 합의안에는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협력 방안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조합원은 물론 노동계를 넘어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제1노총에 걸맞은 조직 쇄신과 혁신이 시급해 보인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특정 정파적 견해에 의해 100만 대중조직의 의사결정이 방해받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듯이 차제에 조직의 운영 방식도 점검할 때가 됐다. 

특히 최대 노동단체로서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엄혹한 경제적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실업자와 실업률, 생계 위기에 직면한 취약계층의 생계 위기를 타개할 해법을 경제 주체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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