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의 위기, 부부의 갈등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잘못된 상호작용의 결과가 결국 관계를 흔든다. 1952년 영화 ‘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의 중년 부부의 위기를 탁월하게 다룬 심리드라마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던 서로에 대한 불만, 불안, 죄의식은 하숙생을 집안에 들이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의대에 진학했으나 학업을 마치지 못해 척추교정사로 일하는 딜레이니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태도의 그는 아내의 아침 식사도 손수 챙기지만 다정한 성격은 아니다. 한편, 한낮까지 늦잠을 자고 청소와 담을 쌓은 전업주부 롤라는 항상 부시시하다. 이웃집 부인은 롤라를 볼 때마다 바쁘게 부지런히 살라고 조언한다. 사실 롤라가 무기력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부부는 만성 우울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두 사람을 뜻하지 않는 임신으로 서둘러 결혼했다. 남편은 생계를 위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아내는 친정아버지의 분노로 연을 끊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이마저 유산되고, 이후로도 임신하지 못한 채 부부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는 아내가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 시바마저 집을 나가 적적함이 가중됐다. 마음 둘 곳이 없는 아내는 남편에게 애정을 바라지만 남편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을 ‘선생님’이나 ‘아빠’라고 부른다. 반면 깍듯한 태도와는 별개로 아내에게 곁을 주지 않는 남편은 오래전부터 향할 곳 없는 울분과 분노를 술로 달래 왔고, 취하면 말릴 수 없이 난폭해졌다. 그러다 변화가 찾아왔다. 남편은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해 1년째 금주 중이고, 결혼생활도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던 차에 마리라는 여대생이 하숙생으로 들어온다. 명랑하고 에너지 넘치는 마리를 보며 부부는 각자의 결핍을 채운다. 아내는 마리를 딸처럼 살뜰히 챙기며 아이가 있는 가정과 엄마의 삶을 체험한다. 동시에 마리의 연애가 자신의 연애인 양 들뜬 채 생활한다. 반면 남편은 아내와는 다른 관점으로 하숙생을 대하는데, 척추치료사인 자신을 의사로 대접해 주는 마리를 보며 매력적인 아내를 둔 성공한 의사의 삶을 잠시나마 꿈꿔 보거나 젊은 시절 치기 어린 실수가 빚은 비극을 막기 위해 마리의 연애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렇듯 부부는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한 아이, 성공한 커리어, 행복한 결혼생활, 화려한 청춘 등을 마리를 통해 맛보며 잠시나마 활기를 얻지만 이는 이후 더욱 큰 상실감과 공허함으로 부부를 뒤덮는다.

영화 ‘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는 20년간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지속한 부부의 삶과 그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작품의 엔딩은 해석에 따라 부부가 결국 화합한다는 행복한 결말로 혹은 나이 들어 어찌할 수 없어 현실과 타협한다는 씁쓸한 결말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결말에 도달하기 전 우리는 이 부부의 불행한 결혼생활의 다양한 원인을 생각해 볼 계기를 얻게 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려는 귀중한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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