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정종민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프레임(Frame)이란 ‘세상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 ‘상황을 해석하는 틀’이라고 설명하는데, 안경에 비유하면 뜻이 더 명확해진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안경을 쓰고 살아간다. 붉은 안경을 쓴 사람은 온 세상이 붉게 보이고, 푸른 안경을 쓴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푸르게 보인다. 어떤 색깔의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갖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 프레임이다. 

틀에 한 번 갇히면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왜냐하면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은 생각을 틀에 가두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없게 만든다. 한 선생님이 매일 지각하는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어느 날 출근길에 선생님은 늘 지각하는 그 학생을 보게 됐다. 학생은 병색이 짙은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요양시설로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선생님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각은 곧 불성실이라 생각하고 이유도 묻지 않고 무조건 회초리를 든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책감이 들었다. 알고 보니 가족은 아버지와 단둘이었고, 요양시설은 문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그 시간에 맞춰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고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도 번번이 지각이었던 것이다. 

그날 역시 지각을 한 학생은 말없이 종아리를 걷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회초리를 학생의 손에 쥐어 주고 자신의 종아리를 걷었다. 선생님과 학생은 함께 울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도 모르는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가정, 사회와 문화라는 환경이 주어진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생각이나 행동은 모두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 마음속에 투입된 후에 지식과 감정의 틀로 굳어져서 뇌 속에 저장돼 있다가 어느 순간 표출되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선입견’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 또는 주장에 대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마음속에 굳어진 생각을 말한다. 그리고 ‘고정관념’은 일찍부터 마음속에 굳어 있어 변하지 않는 생각을 말한다.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은 인간관계를 깨뜨리고 우리 스스로의 생각을 틀에 가둔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옳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이념, 종교, 첫인상, 지역, 혈액형, 성별, 빈부, 패션 등 여러 영역에서 각자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 같은 마음의 틀을 갖고 있어서, 마치 틀에 따라 벽돌을 찍어내듯이 마음의 틀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정의이고 공정이라고 믿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모두 힘들고 외로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더욱 힘들고 외로운 불확실성의 미래사회를 살아가야 한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 건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이다. 

한 개인이 태어나서 살아오며 형성된 자신의 틀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재발견 앞에는 항상 "겁쟁이인 줄 알았는데 용감하네!", "이기적인 줄 알았는데 포용적이네"와 같은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의 말이 붙는다. 그래서 ‘뭔가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거야’, ‘그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하고 헤아려봐야 재발견이 가능하다. 문제는 마음가짐이며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성찰이다. 마음의 굳은 틀을 깨고, 다른 사람에 대해 재발견하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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