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오는 9월 인천∼수원 간 수인선 복선전철이 완전 개통할 예정이라 한다. 원래의 수인선은 1937년 7월 19일 개통을 완료하고 총독부로부터 사설철도(私設鐵道) 영업 개시를 허가받아 8월 6일 개통된 총연장 52㎞, 선로 너비 0.762m, 좌석 54석의 협궤선(挾軌線)이었다. 개통 당시는 강원도 벽지의 풍부한 물자와 군자·소래·남동 염전의 소금을 운송하고, 머지않아 조성되는 인천송도유원지와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화물 운송 기능 이외에도 승객 유치를 위해 주변 관광 유인 요소를 개발하려 했던 것이다. 인천∼수원 간을 1시간 40분으로 단축했는데, 개통 이래 호황을 누리다가 일제의 침략전쟁과 전시 경제체제 여파로 물동량이 줄면서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다. 

수인선 건설과 관련된 최초 논의는 1926년 ‘인천상업회의소’에서 조선총독부에 ‘인천에서 수원을 거쳐 동해안 강원도 강릉’에 이르는 횡단철도 부설 요망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여선(水麗線) 건설을 추진하던 ‘경동철도사’에도 자극이 돼 1928년 11월 계획 중인 수여선을 인천까지 연장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인천에서 수원까지 철도를 연장할 경우 경기 남동부, 강원 남부, 충북 북부 일부를 개발함으로써 인천의 상권을 광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종합적인 판단에서였다. 수여선은 1930년 12월 개통됐다. 당시 일제의 철도정책은 철도망을 확장해 자원을 개발하고 공업을 진흥시킴으로써 수탈을 고도화하고, 일본에서 한국을 지나 만주까지 연결하는 안전하고 신속한 병참선을 구축해 대륙침략의 일대 동맥으로 활용하는 데 맞춰졌다. 

1932년 경동철도사는 수인선을 추가 건설하고 수여선을 강원 내륙 지방까지 연장해 동서 횡단철도로 자사의 철도망을 확장한다는 구상을 수립했다. 이어 인천과 수원지역 상공인들의 적극적인 노력 결과로 1935년 9월 당국으로부터 인천∼수원 간 철도부설을 인가받게 됐다. 경동철도사는 곧바로 수인선 공사에 돌입하려 했지만, 철도부지 매수 및 해안 간석지 노선 공사에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소래철교 공사와 관련해서는 인근 포구의 어민들이 철교가 가설되면 중선(中船)도 통과하지 못하게 돼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며 반대운동을 펼치는 일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개통 당시에 비해 2배로 증가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해방 후에는 미곡 수송의 의미도 반감되고 소금 가격 하락과 협궤철도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1972년 수여선이 폐선됐고, 1977년 수원과 인천 간에 산업도로가 개통되자 손쉽고 효율적인 도로 교통과의 경쟁에 밀려나게 됐다. 수인선은 이제 교통이 불편한 오지를 통과하며 지역 경제와 인근 주민을 위한 노선으로서 역할만을 수행했다. 그리하여 단계적인 폐선과 단축 운행으로 지탱하다가 1995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전 노선에 걸쳐 영업이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수인선 폐선은 통과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해안 시대 개막을 앞두고 인천∼수원 간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통근용 광역전철화로 결정하게 됐다. 그 결과 제1단계로 2012년 6월 오이도∼송도 구간, 제2단계로 2016년 2월 송도∼인천 구간을 운행했는데 이제 제1단계 이후 8년 만에 전 구간이 완전히 개통돼 폐선 이후 25년 만에 인천~수원 지역 주민이 철도 교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꼬마열차, 소금열차, 미니열차라 불리던 협궤 수인선은 이제 골동품적 가치만 남게 됐고 이들이 달리던 벌판은 농경지에서 시가지로, 염전과 갯벌에서 공단과 아파트 단지로 주변 경관이 변화됐다. 농수산물을 파는 아낙네들의 ‘반짝시장’으로 유명했던 것이나, 주부들이 조개젓이나 새우젓 등을 사기 위해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를 찾았던 것은 이제 추억 속의 기억으로만 남을 것 같다. 

현대인들이 옛 수인선 역사와 정취를 느끼고, 새 수인선에 걸맞은 또 다른 추억을 생성할 수 있게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콘텐츠를 모색하는 것도 부활의 의미를 더하는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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