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한국판 그린뉴딜이 새로운 100년 설계로 한국의 대전환을 말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기후위기부터 그렇다. 지금 동북아의 한·중·일 삼국이 물폭탄의 위기에 놓여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세차게 내리는 ‘물폭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국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여름에도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남으로 내려오고 남쪽에서는 뜨거워진 공기가 올라와 성질이 다른 기단이 한반도 상공에서 맹렬하게 부딪치고 있는데 더해 뜨거워진 수증기까지 다량 유입돼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홍수 대재앙’이 코앞에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부산에서는 시간당 81.6㎜를 기록했고, 지리적으로 근접한 남부 일본에서는 폭우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가 하면 중국에서도 발해만·산동성·강소성 일대에 유례없는 강풍 동반 폭우가 내렸고, 장강 상류에 있는 세계 최대의 삼협댐은 위험 수위를 넘어 붕괴를 염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삼협댐 붕괴 위기는 실로 심각하다.

중국에서는 강(江)과 하(河)로 표기한다. ‘강’은 건기나 우기에 상관없이 일정 수량을 유지하면서 황해로 흘러가는 하천을 말하며, ‘하’는 계절별 수량 변화가 크고 물줄기가 호수나 황해를 흐르는 경우에 지칭한다. 때로 중국 남쪽 지역에서 ‘강’으로 북쪽에서는 ‘하’로 부르기도 하지만 분류상 명칭이지 크게 보면 앞서의 표기가 일반적이다.

특히 우리가 양쯔강이라 부르는 장강은 중국을 대표하는 하천이자 세계 3위의 긴 물줄기에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쓰촨성 평원을 지난 대협곡(삼협댐이 있는 구당협·무협·서릉협)에 이르러 거대한 댐 공사로 엄청난 저수량을 가진 호수가 돼  있다. 물살이 거세고 수력 자원이 풍부한 이점이 있어 10여 년 전 댐이 완공된 후 수력 발전과 홍수 조절, 관광객 유치 등으로 알려져 있으면서 동시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높이 185m, 길이 2천309m의 거대 댐이 수천억 t의 물을 가두자 생태계 교란, 기후 변화는 그 정도가 가히 메가톤급. 엄청난 크기의 호수 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수증기로 안개 끼는 날이 늘어나면서 비염·축농증·관절염을 호소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크게 늘었고, 주변의 산사태나 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쓰촨 대진으로 불리는 대참사가 바로 저수량 무게 때문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런 삼협댐이 붕괴된다면? 가공할 만한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중국 내에서 이재민만 4억 명이 넘을 것이고 중국 국내총생산의 40%가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것만이 아니다. 삼협댐이 본격적으로 물을 저수하고 나서 하류 지역인 상해 앞바다의 염분 함량이 높아져 이곳의 바다 생태계가 크게 변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듯 엄청난 위험이 지금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건 우리에게도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이다.

기후 문제와 다른 미·중 갈등도 우리의 미래에 있어 큰 골칫거리다. 최근 미국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폐쇄나 중국의 대응 초치인 성도 미국 총영사관 폐쇄가 장차 어떻게 진전될지 예측 불가다. 한반도는 이 와중에 어쩔 수 없이 휩쓸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미·중이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원하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우리뿐이겠느냐마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에서 보면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건 누구나 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위태로운 한국은 그야말로 백척간두 상황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법이라는 것이 대부분 ‘우리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조속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들과 합의된 가치, 정체성, 국익이 정의된 원칙을 갖고 대미·대중 외교를 새로 준비해야 한다는 등 지극히 원칙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안 되겠으나 지금의 코로나19 문제, 장마철을 맞아 물폭탄 위험에 천둥벌거숭이처럼 서 있는 한·중·일 삼국의 기후변화 대처 능력 등등은 내일의 기대를 암담하게 한다. 참으로 우울한 장마철의 날씨고 세상 분위기다. 그린뉴딜에 들뜰 때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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