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운영하는 내부 게시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로 바뀐 내부 게시판이 사실상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악의적인 글과 여론몰이 효과 등이 사라져 개선 효과가 있다는 긍정 의견도 나온다.

2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전 내부 게시판에는 한 달 평균 200여 건의 글이 게시됐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올라온 글은 100여 건으로, 월평균 50% 정도 줄어들었다.

이유는 글을 게시한 사람에게 한 달 동안 ‘게시자1’, ‘토론자1’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달의 첫 번째 글쓴이는 게시자1이라는 닉네임이 한 달간 유지돼 다른 글을 작성해도 게시자1이라고 표시된다. 이 때문에 게시자1의 글을 모아 보면 쓴 사람이 누군지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 한 직원은 "최근 게시글의 양이 확 줄어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시 정책이나 인사, 평가, 상사 갑질 등 다양한 비판과 토론이 이뤄졌는데 이젠 다들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내부 게시판이 하위직들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슴 뻥 뚫리는 소통 창구였는데 이젠 이런 기능이 사라지자 하위직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 입막음하려고 내부 게시판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통을 강조하는 민선7기가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더 막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게시판이 건전해졌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 직원은 "익명으로 계속해서 같은 글을 올리고 자기 글의 댓글도 달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세력들이 있었는데 최근 개편 이후 이러한 일들이 사라져 내부 게시판이 더 나아진 것 같다"고 호응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그동안 악의적인 비난과 도배글 등으로 내부 게시판의 역기능이 커져 직원 전체 의견을 듣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익명과 실명의 장단점 균형을 맞춘 시스템으로, 글의 양이 줄긴 했지만 업무 관련 글도 올라오고 결혼 등 사적 의견도 다양해 내용의 더 알차졌다"고 설명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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