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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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공원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20.08.0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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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요즘에 동네 탐방을 자주 한다. 여행도 모임도 어려워진 상황이라 가벼운 차림으로 동내 산책을 하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국민 애송시가 된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전문이 생각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시인의 말을 동네 산책길에서 체험한다. 구월동에 터 잡고 산 지가 오래인데 골목 구석구석을 이렇게 찬찬히 걸어보지 못했다. 걷다 보면 이런 곳이 있었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두어 시간 걷는 동네 산책은 아무 때나 여유가 있어서 좋다. 재개발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동네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큰 돌로 쌓은 축대가 보이고 옆에 시멘트 계단이 있어서 올라갔다. 계단 층층에 단순한 선으로 그려놓은 꽃 그림과 ‘조금 늦어도 괜찮아’ 글귀가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자 자그마한 공원이 나왔다. 공원은 말끔하게 관리가 돼 있고 음용수는 수도꼭지가 딱 두 개인데 누구의 배려인지 물이 담겨 있는 물그릇을 화단 턱 위에 놓아둔 것이 보였다. 공원에 깃드는 작은 생명을 돌보는 마음이 보여 그릇의 물을 갈아줬다. 

물을 마시고 벤치에 앉아 다리를 쉬었다. 공원은 한가롭고 아늑해 평온한 시간을 휴식했다. 비 그친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부드러운 햇살을 보고 시원한 바람 따라 새소리도 들었다. 고층 건물군에서 살짝 빗겨난 곳에 이렇게 순정한 장소를 품고 있었다니, 낮은 건물과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동네는 조용하고 한적했다. 길보다 지대가 높은 공원에는 독점어린이공원이란 명패가 꽂혀 있고 공원의 모래 위생 상태를 검사한 결과지를 코팅해 붙여놓은 것도 보였다. 산책 삼아 우리 동네 골목 어딘가에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 작아서 정겨운 공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가19 바이러스가 오기 전에는 구월동 중앙공원을 자주 갔다. 중앙공원은 인천터미널역에서 동암역 근처까지 폭 100m에 길이가 3.9㎞나 되는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도심공원이다. 공원 근처에 CGV영화관이 있어서 영화를 보기도 좋고 식당과 카페가 많아 외식하고 차를 마시기도 좋다. 동네 친구는 중앙공원에 오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교하면서 중앙공원에 무한 찬사를 보내곤 했다. 근래에 보행 육교인 공중보행길이 3구역에서 5구역까지 설치돼 공원을 이용하기가 편리해졌다. 

인천시에서 버스킹 장소 제공과 같은 문화예술적 요소를 장려하고 문화예술숲을 조성하고 운동 시설과 어린이 이용 시설을 보완해 가족여가공원 역할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급한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공원의 지하를 파서 600대 주차가 가능한 지하 주차장을 만들 것이며 구월동 로데오 거리와 백화점 쇼핑센터를 연계해 파리의 샹젤리제와 같은 중심 상업거리를 공원 주변에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공원의 사계절은 지루하지 않다. 봄부터 겨울까지 순환하는 자연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감성 누림에 더해 땀 흘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몸과 정신을 단련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여러 해 전 여름, 저녁에 영화를 보고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중앙공원을 찾았다. 바닥분수가 있는 공원이라 아이들 물장난 소리로 소란스러운 공원 둘레 길을 내려가는데 어디서 금속음이 들렸다. 소리는 몹시 귀에 거슬렸다. 공원 모퉁이 잡목 나무들 뒤편 벤치에 한쪽 무릎을 꿇은 남자가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산책 나온 중년의 부부가 데리고 온 개가 벤치를 향해 덮칠 듯이 짖었다. 부부는 개 목줄을 당겨 쥐고 남자의 등에다 험한 욕설을 내뱉었다. 남자는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웅크리고 벤치에 붙어있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남자의 색소폰 연주가 가슴에 스며들 수준에 올랐을 것이라고 응원을 보낸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성급하게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이 간다. 사소해서 평범해서,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에 눈길이 간다. 우리 동네 어디쯤에 다소곳이 자리한 골목공원이 정겹고 잘 가꾸어 갖춘 중앙공원도 접근 용이한 우리 동네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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