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인 이옥경 씨와 가족. 그의 딸 노라노는 국내 최초 여성 패션디자이너로 활약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인 이옥경 씨와 가족. 그의 딸 노라노는 국내 최초 여성 패션디자이너로 활약했다.

‘김애마, 김영의, 이옥경, 조인애, 최선화….’ 이들은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살아간 인물들이다. 여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9일 인천지역 역사학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인천 출신 여성들로 교육·예술·언론의 발전과 독립운동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지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김애마(金愛麻, 1903∼1996)는 율목동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의 감리교 목사인 김기범(金箕範)목사의 7남매 중 막내였다. 그는 영화학당과 이화여전, 미국 내셔널교육대학 등을 거쳐 이화보육학교 학감과 이화부속유치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의(金永義, 1908∼1986)는 영화학당, 이화여전과 미국 줄리어드음악원 등을 거쳐 이화여전 음악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옥경(李玉慶, 1901∼1982)은 인천고등여학교 한국인 첫 졸업생이었다. 일본 도쿄의 일본여자음악학교에서 수학했으며, 1927년 개국한 경성방송국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가 됐다. 그의 차녀 노라노(본명 노명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 패션디자이너로 우리나라 복식문화 발전에 공을 세웠다.

조인애(曺仁愛, 1883∼1961)는 강화 길상면 온수리 출신으로 남편 유봉진(劉鳳鎭)과 1919년 3월 18일 강화읍 장날 독립운동을 벌였다. 같은 해 12월 18일 경성지방법원에서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최선화(崔善嬅, 1911~2003)는 인천 출신으로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1936년 중국 상하이(上海)로 건너가 흥사단에서 활동했다. 1943년 2월 임시정부가 있던 충칭(重慶)으로 옮겨가 애국부인회 재건운동에 주력하며 재건선언문을 발표했다. 임시정부를 도와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는데, 특히 여성과 청소년 계몽, 교육 등에 힘을 쏟았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인천 여성들이 역사 속 발자취를 남겼고, 그 의미를 가슴 깊이 되새겨 주길 바랄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역사학계가 나섰다. 그동안 미진했던 인천 여성 연구를 위해 지역 최초로 ‘인천여성사연구소’가 세워졌다. 연구소는 앞으로 역사 속 인천 여성을 발굴해 소개하는 일을 하게 된다.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는 "흔히 ‘인류의 반은 여성’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역사의 조명이 한쪽만을 비추고 다른 쪽은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라며 "있는 그대로 인천 여성의 역사를 기록하고 평가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을 이제는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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