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로서의 언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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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로서의 언어교육
김송미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8.11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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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미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장
김송미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장

한국 교육에 ‘국제화’ 개념이 등장한 제7차 교육과정 시행 이후 어언 20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ICT 발달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오늘날 국제화는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온 국민이 지구공동체의 현실을 더욱 실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문하게 된다. "진정으로 우리는 학생들에게 국제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현행 초·중등교육과정에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을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국제화보다도 국내 다문화와의 소통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본다. 경기도 초·중등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2019년 기준 전체 학생의 2%(3만3천482명)이며, 필자가 근무하는 안성 관내 모 초등학교의 경우 다문화 학생 비율이 70%에 이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고 있는 다문화가 진정한 국제화라고 볼 수 있다.

교육 국제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교육인데, 한국의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교육은 다른 영어권 국가와 비교할 때 사뭇 성격이 다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의 다문화 학생은 모국어 외에 한국어 하나만 더 배우면 되지만 한국에서는 자신의 모국어 외에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필수로 학습해야 하므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 교육이 다문화를 잘 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어권 국가들과는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교육의 진정한 국제화를 위해 우리는 다문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다문화 학생이 많은 안산과 안성에서 근무하면서 필자는 다문화 학생들이 언어적 제약 때문에 교과 수업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특히 주목하게 됐다. 학생들의 낮은 교과 이해도가 상급 학교로 갈수록 학습 결손을 누적시켜 곧 학업 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단 외국인 학생뿐 아니라 국어 문해력이 낮은 한국 학생들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문화 학생에게 있어 한국어는 외국어가 아닌 제2공용어다.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수업이 상당히 병행되고 있는 요즈음 교육현장에서 언어 역량 격차는 학습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진정한 국제적 소통을 통해 건강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나라 언어교육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모든 언어 교과교육은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의 언어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교육 국제화 및 다문화는 모국어 외의 다양한 외국어를 사용해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를 확장해 주는 것에 있다."(Hong&Basturkmen, 2020)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식과 정보의 격차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더욱 커지고 있고, 한국은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언어교육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 초·중등 언어교육은 ‘다중언어교육’, ‘도구로서의 언어교육’으로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학교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다문화 환경은 다문화 학생뿐만 아니라 한국 국적 학생들에게도 다중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초·중등학교에서는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한국어를 제대로 익혀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다양한 외국어(외국인 학생의 경우 모국어)를 통해서도 한국어를 쓸 때처럼 동일한 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 줘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된 국제화를 이루는 길이며,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이 세계적으로 공교육의 방향을 선도할 수 있는 열쇠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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