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현장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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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현장 장학금
이광호 인천광역시행정동우회 부회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8.11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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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인천광역시행정동우회 부회장
이광호 인천광역시행정동우회 부회장

인천시 미추홀구 부구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는데, ‘소확행’이랄까 주변에서 주목받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들도 많이 있었다.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 때가 되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숨은 미담들이 많이 있다. 익명의 기부자가 주민센터 주변에 이웃 돕기 성금을 미리 준비하고 전화로 연락해 성금을 접수하는 사례도 종종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해 왔는데, 실제 유사한 경험담을 소개해 볼까 한다.

관내 기업을 경영하는 모 대표께서는 구청에 미리 전화를 걸어 이웃 돕기 성금을 기부하고자 할 때 현금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물품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온다. 물품을 원할 경우 쌀을 원하는지, 연탄을 원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생필품을 원하는지 먼저 물어온다. 무척 놀라운 일이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도 도움을 받는 분들이 꼭 필요한 것으로 물품을 선택해 준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5년간 1억 원을 기부하는 고액 기부운동이다. 인천에서도 150여 명이 참여해 전국적으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데, 초창기에는 기부자를 선정하기가 매우 어려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각 구청을 순회하며 간곡히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나는 우선 구청에 고정적으로 성금을 기탁해 주시는 대표님을 찾아 뵙고 염치 없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이니 만큼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 올렸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대표님은 현재 살고 있는 지역도 중요하지만 고향도 소중하다며 고향의 군민의 날 행사, 경로잔치, 마을축제 등 크고 작은 행사에도 고정적으로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재단을 통한 봉사활동, 운전자 가족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소개됐지만 파지 줍는 할머니의 선행을 잊을 수가 없다. 

먹고살기 힘들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식당업을 하면서 열심히 노력했고, 저축해 많은 돈을 모았는데도 노인이 돼서도 놀고만 먹고살 수 없다며 파지 줍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할머니. 골목골목마다 힘들게 파지를 모아 봐야 기껏 3천 원 내외를 번단다. 그런 분이 청소년들의 장학금으로 1억 원이라는 큰 돈을 기부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일부에서는 노후에 편하게 살지 무슨 기부인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할머니는 가난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됐고 젊어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돈도 좀 모았으니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우선 자녀들에게 의향을 물어보니 한결같이 어머니께서 몸소 고생하시면서 모은 돈이고 보람 있는 일을 하시겠다는 뜻을 깊이 받들어 적극 찬성했다고 하니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 같아서는 우리도 어려운데 무슨 기부금이냐고 우리에게 나눠 달라고 할 수도 있으련만, 그 어머니에 그 자녀들이라 참으로 훌륭한 미담이 아닐 수 없다. 

혹시 ‘감동의 현장 장학금’을 아시나요? 1980년대 초로 생각된다. 도화동 소재 제일시장에는 곱창집으로 유명한 선술집이 있었다. 아마도 금촌집으로 기억된다. 가격이 저렴하고 푸짐하고 시끌벅적하면서도 정감이 있어 부서 동료들끼리 자주 들르곤 했는데 그날 따라 주인 아주머니가 싱글벙글,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아 이유를 물어보니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 연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자랑한다.

축하하면서 자세히 물어보니 가게 다락방에서 공부하고 있단다. 나는 다락방에 직접 올라가 봤다.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서 보니 낮은 천장에 시끄럽고 후텁지근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귓구멍을 휴지로 틀어막으면서 삐뚤어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성공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동료들과 1만∼2만 원씩 10만 원을 모아 즉석에서 ‘감동의 현장 장학금’을 증정하면서 가슴 뿌듯함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량한 길을 걷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린다는 마음이 너무도 좋아 보였다.

나는 지금 인천광역시행정동우회에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소일하고 있다. 2천여 명의 회원들이 공직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정에 도움을 주고 인천지역 발전을 위해 민원상담과 시정 발전을 위한 토론회, 기관·단체와의 업무협약을 통한 상호 협조 그리고 환경정화활동과 자연보호, 산불 감시 캠페인, 연탄 나누기 및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나 또한 40여 년간을 천직으로 알고 공직에 헌신했으며, 재직시절 고비고비마다 역경도 많았지만 정년퇴직해 받은 홍조근정훈장과 정부근정포장을 바라보면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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