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코로나19가 가져온 엄청난 고통이 여전한데, 여기에 더해 물난리까지 겹쳐 온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부의 하소연과 돌아가신 분들의 유가족이 흘리는 눈물에는 절망의 소리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아니, 살아나야 합니다. 이 아픔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아픔을 가슴에 묻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참사를 겪은 분들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요.

「고전 혁명」과 「내일이 보이지 않을 때 당신에게 힘을 주는 책」에 일본의 아오모리현과 미국의 뉴멕시코 고산지대에 있는 사과농장의 사례가 나옵니다. 

"1991년, 태풍이 마을을 덮쳤다. 지붕이 날아가고 담이 허물어진 것보다 더 절망케 한 것은 1년간 공들인 사과 농사를 망친 것이다.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소실된 참담한 상황이었다. 일본 최대의 사과단지 아오모리 사람들은 시름 속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모인 사람들은 한탄만 하고 있었다. 위기를 타개할 묘안이 없으니 앓는 소리만 하고 있을 때, 한 농민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다른 데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남은 사과를 어떻게 팔지가 문제인데, 떨어지지 않은 10%를 우리가 ‘떨어지지 않은 사과’로 만들어 팔면 어떨까?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기원하는 ‘합격 사과’ 같은 걸 말이야.’

1991년 일본 대표 히트상품이 된 합격 사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붕마저 날려버린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은 사과, 이 사과의 기운이 당신을 응원한다. 합격 사과!’ 이 사과는 열 배의 가격으로 순식간에 팔렸다. 손실을 거뜬히 만회했다."

"제임스는 미국 뉴멕시코주 고산지대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했다. 고산지대는 공기가 오염되지 않아 달고 맛있는 사과가 열렸고, 제임스 농장 사과는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다. 재앙은 늘 예기치 않게 온다. 수확을 앞둔 어느 날, 엄청난 우박이 쏟아졌다. 탐스럽게 익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고 상처 입은 사과가 무려 9천t이었다. 사과를 제시간에 납품하지 못하면 신용이 크게 떨어져 농장 운영에 막대한 손실이 생길 것이다. 우박 맞은 사과를 납품한다 해도 상처투성이가 된 사과를 보고 좋아할 사람도 없을 게 분명했다.

제임스는 사과농장을 배회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무심코 상처투성이 사과를 집어 깨물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상처 입은 사과가 싱싱한 사과보다 더 달콤하고 향기도 더 진해서다.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진 사과들을 상자에 담아 납품하며 상자 위에 이런 메모를 붙였다. 

‘보내드린 사과에 상처가 있을 겁니다. 바로 우박을 맞아 생긴 상처입니다. 고산지대에서 생산됐다는 증거입니다. 비록 상처는 있지만, 사과의 육질이 단단하고 과당이 많이 농축돼 있어 아주 맛있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먹어보고 비교해보세요.’ 그 후로 사람들은 제임스에게 상처 입은 사과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위기가 클수록 위기 속에 숨어 있는 기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기회를 발견하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이번 참사를 통해 어떤 제도를 재정비해야 할지, 또는 어떤 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발견’일 겁니다. 그리고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삶을 평화로웠던 일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온 국민의 지지와 응원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붕 위에 피신해 있다가 구출된 어미 소가 다음 날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는 기적 같은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난리에도 자신이 살아나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 질긴 어미 소의 생명력에 경건함마저 느껴집니다. 자장면 2천 인분을 준비해 선뜻 수해현장으로 달려간 분들의 선행과 이어지는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한 손길이 실의에 빠진 수재민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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