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천지역의 전반적인 역사를 다뤘다면 이제는 인천여성사를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역사 속 무수한 인천여성들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싶습니다."

 강옥엽(60)전 인천시 역사자료관 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이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로 돌아왔다. 인천여성사를 연구하는 연구소는 지역에서 처음이다.

강옥엽 대표는 "이제 출발하는 단계"라며 "무엇보다 인천여성사 연구의 문을 열어야 다른 분들도 많이 참여할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여성사는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다루는 학문 분야다.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여성 해방 사상이 성립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강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여성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연구소, 지금의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역사 속 여성인물을 발굴하는 작업을 했어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개화기부터 해방기까지의 한국 여성들의 삶을 다룬 책을 내기도 했고, 여성사 강의도 했었죠."

 그러다 2000년 인천시 역사자료관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여성사는 숙제로 남겨 둔 채 인천역사 연구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100권에 이르는 인천 관련 서적을 편찬할 수 있었다. 「인천광역시사」를 비롯해 인천의 산과 지명, 하천 등을 테마로 한 「인천역사문화총서」는 85호에 달한다. 또 인천의 역사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만든 책 「인천상식문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강 대표는 인천역사 연구로 바쁜 가운데서도 여성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2007년 지역 여성인물 발굴사업에 참여하게 됐죠. 인천여성단체협의회와 함께 2년 동안 교육, 종교, 사회 및 독립운동,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활동한 다양한 인물의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319명의 인천여성을 찾아낼 수 있었고, 「역사 속의 인천 여성」이라는 책도 발간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여성을 찾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역사 속의 인천 여성」 머리말에 나와 있듯 한국 역사 전반에 걸쳐 여성은 주로 가족관계 속에서만 파악될 뿐 한 인간으로서의 독자적인 사회활동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자료 없이는 역사를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역사학자인데 여성인물에 관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전근대시기에 찾아볼 수 있는 인천여성인물은 143명 정도인데 주로 지배층, 왕실이나 사대부계층과 관련돼 있습니다. 고려시대 왕실의 외가를 이루는 인천지역 출신 여성인물들이나 조선시대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국난에 처했을 때 부분적으로 여성의 활동상을 접할 수 있을 뿐이죠. 조선시대에는 일부 양인이나 노비의 사례가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천지역의 전근대사 연구에 있어 여성의 족적을 찾기란 쉽지 않죠. 그 인물들을 보면 대체로 효녀, 열녀, 절부 등이 많습니다. 병든 어머니를 소생시키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자르거나 사당을 불 속에서 지키기 위해 신주를 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등의 이야기요. 하지만 근대 이후에는 여성의 활동이 다양해진 만큼 이야기도 다양해집니다. 분야별로 나눠 설명하면 교육과 종교에서 활동한 인천여성들은 대다수가 기독교 교인이거나 교회를 통해 근대식 교육을 받고 영화학당이나 이화여전을 졸업한 뒤 교사로 활동했던 여성들이 많습니다. 김애마, 김영의, 박창례 등을 들 수 있죠."

 또 사회 및 독립운동 분야에서 활동했던 대표적 인천여성으로는 하란사, 조봉암의 부인 김조이, 한글 점자를 개발했던 박두성의 부인 김경내, 여성운동가이자 인천 최초로 신식 결혼식을 올렸던 안인애,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 등을 들 수 있다. 인천 출신은 아니었지만 시집을 왔거나 인천에 연고를 두고 생활했던 인물들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최초의 아나운서 이옥경, 권번 출신 유행가 가수 이화자 등이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강 대표가 강덕우 전 인천시 역사자료관 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현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과 함께 펴낸 「문답으로 엮은 인천 역사」에서도 잘 담겨 있다.

 이 책에서 강 대표는 "미추홀로부터 2천30여 년, 인천정명 600여 년의 인천역사는 한마디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고, 인천여성의 역사도 이와 같다"고 설명한다.

 "인천은 개척지이자 선구지 공간이었고, 인천인들은 이러한 개척자의 후예로서 개척정신이 내면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인천여성의 역사도 이러한 개척정신과 무관하지 않죠. 최초의 박사, 최초의 학사, 최초의 배우, 최초의 아나운서 등 유달리 최초에 해당하는 여성이 많이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고 말할 수 있죠."

 강 대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갔던 그 정신이 오늘을 사는 우리 인천여성의 근원"이라며 "여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인천여성사연구소를 통해 더욱 의미를 찾아 나가겠다"고 강조한다.

 "여성사는 과거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활동상을 찾아 오늘날 여성들을 비춰 보는 거울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인천여성사 연구를 위해 우선 연구의 기초가 되는 자료의 발굴·조사·수집·정리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향후 인천지역 여성의 역사적 삶을 담은 저서 「인천여성사」를 발간하는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쳐 나가고자 합니다."

 강 대표는 "남녀 양성의 협조가 없었다면 아마 인류의 역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인천여성사연구소를 통해 차별이냐 역차별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여성의 역사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해 나가겠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프로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졸업(문학박사, 한국사 전공)

 이화여자대학교 부설 여성연구원 상임연구원(1992~1996년)

 인천시 역사자료관 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2000년 6월~2019년 6월)

# 기획·간행 총괄

 「인천광역시사」(6권, 인천시, 2002년)

 「인천역사문화총서」 1~85호(인천시, 2003~2018년)

 인천정명 600년 기념 「인천광역시사」(①~③권, 인천시, 2013년)

 인천정명 600년 기념 「사진으로 보는 인천 시사」(①~②권, 인천시, 2013년)

# 저서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나」(청년사, 1998년)

 「역사 속의 인천여성」(인천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 2008년)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인천시 역사자료관, 2015년)

 「문답으로 엮은 인천 역사」(강옥엽·강덕우 공저, 미소출판사,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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