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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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사람들일까?
최원영<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8.2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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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뉴스만 보면 온통 걱정거리뿐인 요즘입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이와 연계해 광복절 집회 개최를 두고 여야의 불편한 막말들이 오갑니다. 위기일 때일수록 조금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보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요즘 같은 위기 때는 정치적인 수사보다는 의료진들의 제언을 중시하는 겸손한 자세가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 지음)에 겸손하지 않은 사람의 최후가 어떤지를 알 수 있는 일화가 나옵니다.

 어느 부유한 사람이 값비싼 신형 스포츠카를 샀습니다. 어느 화창한 주말에 차를 몰고 평화로운 농장지대를 달렸습니다. 힘껏 액셀을 밟으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농부가 그것을 보고는 그다지 미소지을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농부가 크게 "돼지!"라고 소리쳤습니다. 부자는 자신이 지금 주위의 고요함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쾌감만을 위해 행동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도 나 자신만을 위해 즐길 권리가 있다고.’

 속이 상한 부자는 뒤를 돌아보며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뭐 잘났다고 나보고 돼지라고 부르죠?"

 그 순간 그의 시선이 도로에서 벗어나 도로 중앙에 서 있던 커다란 돼지와 정면충돌했습니다. 값비싼 차는 박살 났고, 그는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돈과 건강 모두를 잃고만 겁니다. 농부는 달리는 차 앞에 돼지가 서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부자의 교만함과 이기심은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교만한 마음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마음이 장난을 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야 할까요? 

 「뒤주 속의 성자들」(김윤덕 지음)에 좋은 예화가 있습니다.

 작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성문 앞에 노현자가 서 있습니다. 그는 성문 앞에 살면서 자신의 마을로 이주해오려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만나보곤 했습니다. 이웃 마을 사람이 성문 앞에 도착해 자신을 맞이하는 현자에게 "이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현자는 "당신이 살던 곳의 마을 사람들은 어떠했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지독한 놈들이었습니다. 서로 미워하고 헐뜯는 놈들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 놈들하고 살기 싫어서 이곳으로 온 겁니다."

 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됐소만, 이 마을 사람들도 모두 그런 놈들뿐이랍니다. 당신에게 이 마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발길을 돌려 떠났습니다.

 얼마 후 다른 사람이 성문 앞으로 다가와 노인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이번에도 현자는 먼저 "당신이 살았던 곳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늘 친절했지요. 다만 저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오는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현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참 좋은 말이군요. 이 마을에도 그렇게 좋은 사람들만 살고 있어요. 당신은 곧 이곳 사람들을 좋아하게 될 것이고, 이곳 사람들 역시 금방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겁니다."

 그러고는 그를 손수 성문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자신의 필요와 입장에 따라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욕설과 험담, 상대 진영에 대한 책임 전가하기 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떨까를 생각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겸손함은 ‘나도 모를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국가적인 위기 앞에서 방역 당국의 지시를 따르는 ‘좋은’ 사람들의 태도가 위기 극복의 길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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