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제가 공과대학 출신이거든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과에 진학한 것이 머쓱했는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응급처치강사회 김성철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길과 가치관을 들여다보면 생명을 지키는 ‘안전지킴이’로서의 정도(正道)를 걸어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학RCY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안전강사로서의 커리어를 쌓아 왔다는 김성철 회장이 이번 나눔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1992년 대학 RCY활동으로 ‘응급처치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1997년에는 ‘수상안전강사’ 자격증을, 2005년에는 ‘산악안전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등산학교 사무국장으로도 근무했다. 현재 인천산악구조대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안전에 관한 ‘스펙(spec)’으로 무장한 안전마스터다.

김 회장은 오랜 강사 경력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굉장히 마음이 아팠던 일이라며 한라산 가이드로 일했던 이야기를 풀어갔다. 당시 한라산 가이드로 일하며 배를 타고 제주도와 인천을 오갔고, 그때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던 시기라고 한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우리 배에도 의무로 설치해야 하고, 승무원들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못 했어요." 얼마 뒤 회사를 그만둔 김 회장은 당시 함께 일하던 승무원들이 3년 뒤 세월호에서 일하고 있었고, 세월호 침몰과 함께 유명을 달리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선사 측에 고객 불만을 접수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객실 승무원도 지시만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쳤던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참 마음이 아프다"며 씁쓸해했다. 

반대로 뿌듯했던 순간을 묻자 모 기업에 응급처치 강의를 나갔을 때의 경험을 얘기했다. 한 교육생이 김 회장의 강의를 듣고 할머니를 살린 경험을 공유했다고 한다. "제가 교육할 때 강조하는 것이 다른 거 다 까먹어도 되니까 내가 모르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119에 전화하고 그 지시를 따르라는 겁니다." 교육생은 할머니가 심정지로 쓰러지는 상황이 오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고 한다. 교육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119로 전화하라는 말이 떠올랐고, 통화를 하다 보니 배웠던 내용이 하나씩 되살아나 할머니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강사생활을 30년간 해 오면서 강사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사는 ‘공인’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 앞에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고 정확하게 행동해야 하니까요." 자신이 하는 말의 무게를 느끼고 항상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되새긴다고 한다. 

일평생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본 ‘영등포 슈바이처’ 고(故) 선우경식 원장을 얘기하며 절대 자신은 그분처럼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받아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후배 강사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사줄 수 있는 좋은 선배 강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런 김 회장의 말을 들으며 그 선한 눈빛과 선한 의지가 이뤄 내지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십자 나눔에 함께 하시는 분들] 

 ㈜월드브라인드 20만 원, ㈜알티스 20만 원, 우봉부동산중개㈜ 20만 원, 햇살한의원 20만 원, 제이디라인 10만 원, 황성연 10만 원, 구월산 10만 원, ㈜리치케미칼 5만 원, 예당 5만 원, 신연수약국 5만 원, 허브프린텍 5만 원, 경우해운㈜ 5만 원, ㈜대우투어 5만 원, ㈜준서예건 5만 원, 인산한의원 5만 원, 둥지노래연습장 5만 원, 동암우리내과 3만 원, 세원필텍 3만 원, ㈜알리(ALI) 3만 원, 창덕궁그린케어요양원 3만 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