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조순[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경제학박사]
임조순[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경제학박사]

긴 장마가 끝나고 늦여름 더위가 한창이지만 자연은 곧 우리에게 선선한 바람을 보낼 것이다. 계절은 변하고 있건만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운동을 하는 등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제한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공동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지금과 같은 비대면 사회가 생활화되고 있었다.  재택근무, 인터넷 쇼핑, 배달 앱, 무인결제 시스템 등은 우리에게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비대면(untact) 생활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급기야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 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일자리 문제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앤드류 양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미국에서 350만 명에 이르는 화물차 기사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들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호텔 등에서 2배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사무 및 행정지원, 판매, 요리 및 서빙, 생산직 등 반복적이며 육체적인 일자리, 반복적이며 지적인 일자리 등은 머지않은 시간 내에 인공지능(AI) 로봇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소멸은 노동력을 유일한 자산으로 하는 하위 계층의 소득을 감소시켜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더 확대시킬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 인류의 물질문명을 결정적으로 발전시켰던 농업혁명은 잉여생산물로 인한 계급을 만들어 불평등 사회를 출현시켰고, 산업혁명은 현대 자본주의 불평등 구조를 양산하게 했다. 신분제도가 사라진 근대 이후의 세계에서도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세기 세계대전 시기와 자본주의 황금기 시기 개선됐던 불평등 수준이 최근엔 20세기 초반의 극심했던 불평등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도이치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상위 10%가 전 세계 부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는 1% 내외의 부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33%를 차지하고 있어 부의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4년 자료로 상위 10%가 국민소득 47.9%, 재산의 62.8%를 차지하고 이 중 상위 1%가 국민소득의 13%, 재산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일자리 감소(코로나19로 인해 임시/일용직 일자리 27만 개 사라짐/통계청 2020.5.)와 아파트값 급등으로 인해 부의 집중화 현상이 더 심화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류 역사상 늘 존재했었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불평등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왜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가! 불평등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소득이나 부의 차이가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 차이가 공평하지 않다는 윤리적 판단이 가미된 의미이다. 불평등이 우리 공동체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의미로 우리 사회에 투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과 판단은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현재 작동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그런 이유를 첫 번째 의미인 객관적인 불평등 수치가 증명해 주고 있다. 객관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세계 곳곳에서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스티글리츠는 그의 저서 「PRICE OF INEQUALITY(불평등의 대가)」에서 심각한 불평등은 경제 효율성과 생산성을 약화시키고, 민주적 정치 과정을 파괴시키며, 법치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위계층으로 집중된 돈은 총수요를 위축시켜 생산과 소비 불균형을 초래해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약화시키게 된다. 또한 부유한 사람들은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다양한 정치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그들에게 유리한 경제 규칙을 만들어냄으로써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이는 민주주의 작동원리인 ‘다수에 의한 지배’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이 된다. 

 그렇다면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산과정에서 노동력의 중요성이 약화돼 가는 현실에서 노동력만을 의지해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해서 국가는 완전고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줄어드는 일자리를 갖고 경쟁하는 구조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제로섬게임이 될 것이고 이는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파괴하게 만든다. 대안으로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기본소득, 기초자본, 참여소득 등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현재 악화되고 있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누진적 소득세를 강화하는 한편 상속과 증여에 대한 누진적 평생 자본취득세가 도입돼야 한다. 

 또한 부동산에 대한 비례적인 재산세 혹은 누진적인 재산세를 도입해야 한다. 토마 피케티가 주장한 글로벌 자본세 신설은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위와 같은 정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보와 돈 네트워크로 무장한 강자들이 길을 열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들에게 호소한다. 독점하여 공동체를 무너뜨릴 것인가! 나누어 함께 번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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