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회남의 귤을 회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환경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용인시의 ‘적극행정’이라는 ‘귤’이 경기도의 특별조사를 거치면서 ‘소극행정’이라는 ‘탱자’로 둔갑했다. 당사자에게는 포상은커녕 벌을 내렸다.

30일 시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6월 ‘2020년도 소극행정 실태 특별조사 계획’에 따라 용인시 A부서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자동차검사 지연과태료를 부적정하게 감면했다는 이유에서다. 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해당 부서장에게 ‘훈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시 감사관실과 해당 부서장은 도의 조사 결과와 처분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당사자가 재심의신청서를 접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는 감면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조사를 벌였지만 해당 부서장은 감면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A부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B(76)씨에게 자동차 검사기간 경과 통지서, 검사명령서, 과태료 부과 처분 사전통지서 등을 등기로 발송했으나 상세주소를 기입하지 않아 모두 반송됐다. 이후 A부서는 4월 주민등록 전산조회를 통해 상세주소를 기입한 뒤 B씨에게 차량압류통지서를 발송했다. 6차례나 등기우편이 반송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던 행태와는 달리 차량압류통지서를 발송할 때는 주민등록 전산조회라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뒤늦게 과태료 부과 사실을 인지한 B씨는 펄쩍 뛰었다. 단 한 차례도 사전 통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차량압류통지서’가 날아드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민원을 제기했다.

A부서는 해당 민원을 접수하고 행정적인 실수는 없었는지 꼼꼼히 살폈다. 결국 5월 일부 다른 견해도 있었지만 수차례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그동안의 ‘소극행정’을 자성하고 과태료를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과태료는 상한선인 30만 원에다 가산금 1만2천600원까지 붙어 부과됐으나 이를 취소하고 1만6천 원을 부과했다. 통지 절차에 하자가 있는 만큼 직권으로 과태료를 감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A부서는 국토교통부에 자동차관리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에 주민등록시스템망을 연계할 때 각종 우편물이 정확한 주소지에 송달될 수 있도록 상세주소도 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번 특별조사 결과가)적극행정을 펼치는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복지부동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재심의신청서가 접수된 만큼 한 치의 억울함이 없도록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해당 부서장은 "이해당사자여서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삼갔다.

이와 관련, 도 조사담당관실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재심의 신청 사유 등을 검토한 뒤 판단할 문제"라며 "주말에 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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