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하는 여자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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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는 여자들 외
  • 홍봄 기자
  • 승인 2020.09.03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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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는 여자들
주진숙·이순진·여성영화인모임 / 사계절 / 1만9천800원

1950년대 한국 영화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첫 30년 동안은 영화 현장에서 배우를 제외하고는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작 다섯 명의 감독과 몇십 명의 스태프만이 이름을 남긴 첫 번째 30년을 지나 1990년대 이후 두 번째 30년을 거치며 영화 현장에는 무수히 많은 여성이 등장했다. 

더 많은 여성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영화인모임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1990년대 이후 영화 현장에서 활약해 온 분야별 대표 여성 영화인 20인을 인터뷰했다. 제작, 연출, 연기, 촬영, 조명, 미술, 사운드, 편집, 다큐멘터리, 마케팅 등 제작 현장뿐만 아니라 영화제 프로그래밍과 저널리즘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관련된 전 영역의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일과 삶, 영화에 관한 생각들을 담았다.

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과 배우들이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스태프들이 참여했고 그들의 상당수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꾸준히 활동해 왔음에도 이들의 존재는 특별한 혹은 불편한 예외로 여겨지곤 했다. 영화는 감독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공고한 현실에서 여성 감독의 숫자는 여전히 10% 내외에 그칠 뿐이고 카메라나 조명기기를 든 여성, 사운드를 다루는 여성은 실력을 의심받거나 기회를 잃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작가’로서의 감독이 중심에 놓이는 영화 비평이나 영화사 서술은 자연히 남성의 계보가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여성 영화인의 활약을 ‘예외’가 아닌 ‘역사’로서 서술하는 일은 여성 영화인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다. (남성)연구자가 (남성)영화감독의 예술세계를 중심으로 쓰던 기존의 영화사와 달리 이 책은 여성 영화인들이 영화 현장의 구석구석을 두루 비추며 직접 묻고 답하며 함께 썼다. 이들이 지난 30년간 각자의 영역에서 경험한 변화와 도전, 성취와 좌절, 연대와 협력의 이야기는 한국 영화사에 뚜렷이 새겨질 하나의 계보일 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들이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노동자로서, 예술가이자 생활인으로서 분투해 온 기록이기도 하다. 

책 「영화하는 여자들」에 참여한 모든 영화인들은 자신의 앞에 누가 있는지, 뒤에 올 누군가를 위해 자신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또한 한국 영화라는 영역 안에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키고 발휘해 나갈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사회 속에서 혹은 일하는 현장에서 여성들의 연대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매우 구체적이고 유익한 참고가 될 것이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박종현 / 북적임 / 1만7천500원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복잡하고 어렵다고들 한다. 실제 과학은 과거에 비해 더욱 전문화되고 고도화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과학은 우리의 일상과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더 이상 과학기술 없이는 우리의 일상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과학기술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알짜배기 과학지식들을 고르고 골라 가볍게 읽기 좋은 일상의 언어로 담아냈다. 50가지 주제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일상의 언어를 통해 한 번 깨닫고,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우리의 일상과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한다. 

책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는 과학하면 머리가 아프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들도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전문용어가 가득하고 복잡한 이해가 요구되는 과학은 사라지고, 우리의 일상과 사회현상을 보다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복자에게
김금희 / 문학동네 / 1만4천 원

IMF로 가세가 기울어 제주의 한 부속 섬으로 이주해야 했던 ‘이영초롱’. 책 「복자에게」는 이영초롱이 훗날 판사가 돼 또 한 번 제주로 좌천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년 시절 자신의 유일한 버팀목이 돼 준 친구 ‘복자’와 오랜만에 재회한 이영초롱은 복자가 그간 홀로 감내해야 했던 내밀한 상처를 조금씩 알게 되고, 이번에는 자신이 복자에게 든든한 존재가 돼 주고 싶다고 마음먹는다. 

작가가 제주에서 지냈던 나날들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복자에게」에는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풍부하게 어우러져 있다. 제주는 소설 속 인물들이 실패한 시간을 매만지고 회복하는 공간이자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는 노동자로서 생활을 일궈 가는 활기차고도 강인한 세계다. 

책 속의 인물들은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로는 만들지 않기 위해 기어코 마음을 다잡는다. 서로 파도처럼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 갈등을 끌어안으며 함께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지닌 힘은 섬의 풍광 속에서 빛을 발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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