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지도자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심복과 이목, 조아의 부하가 있어야 한다’는 건 「제갈량집」에 나오는 말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에 총리직에서 떠나는 일본의 아베는 대체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거나 예의를 모르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전후 최장수 총리로 재임했고 지병만 도지지 않았다면 내년까지도 거뜬히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부하만큼은 잘 뒀다는 이유다. 

‘심복’은 마음을 턱 놓고 믿을 수 있는 부하를 말한다. 이런 부하가 되려는 인물은 널리 경륜에 밝아야 하고 지능이 뛰어나야 한다. 적어도 시대 흐름을 읽고 큰 틀에서 조언해 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목’은 눈과 귀가 될 만한 부하를 뜻한다. 침착한 성품에 냉정하면서 입이 무거워야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분별력은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조아’는 손발이 돼 수족처럼 일해 주는 부하다. 과감하면서도 명령을 받으면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담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세 가지 형태의 부하들은 주군을 위해 의리를 지키고 최후까지 모든 정성을 쏟는다는 전제가 있으나 오늘날에 그런 요구까지 받아들이기는 쉽지도 않으려니와 굳이 그럴 까닭도 없다고 하겠다. 분명한 건 이런 세 유형의 부하를 갖지 못하고 세상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건 본인에게도 불행한 결말로 나타나겠으나 사회적으로 탐탁지 않은 결과를 남길 것이라는 사실이다.

20년 집권 필요성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여 년의 정치 역정을 끝내고 새로운 대표에게 바통을 넘겼다. 아마도 차기 대통령 선거가 가장 주된 내용의 대화가 오갔을 것이고, 추측(?)한다면 그동안 함께 일해 본 참모들에 대해 적절한 인물평과 기용에 대해서 조언했을 것이다. 20년 집권의 숙원을 풀려면 무엇보다 조직 내에 고급·중급·하급 참모를 두고, 개인적으로 심복과 이목, 조아를 가져야 대선에서 승리함은 물론이고 이후 10년에 걸친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런데 아직도 우리 정치에서 심복과 이목과 조아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그런 정도의 측근이 별로 없다는 데 지도자의 한계가 두드러지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일찍이 중국 원대(元代 )의 장양호란 인물이 되새겨볼 만한 얘기를 남겼다. 아베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바이블처럼 읽었다는 「위정삼부서(爲政三部書)」란 저서다. 원제목은 「삼사충고(三事忠告)」다. 총리와 대신의 마음가짐을 설명한 ‘묘당충고(廟堂忠告)’, 감찰관과 감찰관의 마음가짐에 대해 지적한 ‘풍헌충고(風憲忠告)’, 지방장관의 마음가짐을 설명한 ‘목민충고(牧民忠告)’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장양호는 여기서 "인간은 체구도 작으려니와 수명도 그리 길지 못하다. 하지만 절의를 지키기 때문에 값진 인생을 살 수 있다"며 "권세에 빌붙어 굽실거리며 시키는 대로 하는 인물은 성패는 둘째 치고 올바른 길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것이다. 한때 영광을 누릴 수 있겠으나 세월이 흘러 사태가 바뀌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간사하고 악독한 인간으로 낙인 찍혀 먼 후세까지 기억될 것이다. 후세에 오명을 남기기보다는 정도를 지키다 죽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다음 9항 중에 하나라도 속한 인물은 정치판에 나서지 말라고 지적했다. 첫째는 권세를 이용해 자기 욕심을 적당히 채운다. 둘째는 공적 이익보다 자기 이익이 먼저다. 셋째는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넷째는 측근의 편을 드는데 주저함이 없다. 

다섯째, 향락도 줄길 줄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여섯째, 지위를 이용해 위세 부리기를 즐긴다. 일곱째, 급하지 않은 일임에도 함부로 자주 저지른다. 여덟째, 자신의 직무에는 요령껏 한다. 아홉째,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모른 척한다. 이 아홉 가지 지적을 보면 마치 앞선 정권의 하수인들 죄상을 옮겨 놓은 듯하다. 아베의 퇴장과 대한민국 차기 리더십의 등장이라는 시점에 측근 부하와 참모를 어떻게 누구를 또 어떤 방식을 할 건지 새삼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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