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등학교가 3학년 수험생들에게 곰팡이 피고 찌든 때가 가득한 불결한 교실에서 공부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장시간 청소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나 기본적인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2일 양평고 및 학부모, 졸업생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고등학교가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양평고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습권과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아 부모와 동문들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양평고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일 개학과 함께 오랜만에 등교했지만 교실 책상과 의자 등에 핀 곰팡이와 찌든 때로 몸도 마음도 너무 불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다가 등교하자마자 교실 청소까지 시켜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와 학습권 보장은커녕 스트레스만 심하게 줬다는 후문이다.

양평고가 수차례 부실한 시설 관리로 논란이 돼 왔기에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학교당국의 무책임, 학생들에 대한 소홀함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에 교육지원청의 적절치 못한 대응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교육지원청은 이번 일을 오로지 학교 탓으로만 돌릴 뿐, 적극적인 관리 또는 개선 여지가 없는 뉘앙스로 답변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양평고 동문 A(47)씨는 "우리 세대에는 청소 당번, 주번 등을 맡아 가며 학교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꽤 컸다. 아마도 모교에 대한 자긍심과 순수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학교 발전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만들어 가는 인간적인 ‘정과 문화’가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킨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생각하는 어른들의 기본적인 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고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방문해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과 이 문제에 대해 회의 중이다"라며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후속 조치를 조속히 하겠다"고 했다. 

양평=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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