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덮쳐 피해가 속출했을 당시 광주시는 살신성인의 봉사자가 있어 큰 피해를 막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지난 3일 오전 5시께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성분도복지관 앞에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강한 바람에 쓰러져 길을 막고 있었다. 때마침 피해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마을을 순찰하던 진우3리 최진용 이장이 이를 발견, 몸도 날아갈 정도의 강풍을 맞으며 혼자서 톱으로 나무를 잘라 길을 뚫었다.

근처에 있는 공장이 걱정돼 새벽에 이곳을 찾은 김흥식(초월읍 가구전시장 운영)씨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마이삭으로 사업장의 피해가 우려돼 오전 5시께 성분도복지관 앞 굽은 길에 들어섰는데 아름드리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자칫 교통사고가 날 수 있었다. 그런데 강한 비바람과 어두운 새벽에 누군가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것을 보고 차량의 불빛을 비춰 주며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나중에 점심 식사라도 대접할 마음으로 어느 분인지 동네에 수소문하니 진우3리 최진용 이장이라고 전해 들었다. 정말 존경받을 만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조정희(70·여)씨 등 주민들은 "제8호 태풍 ‘바비’가 왔을 때는 소개천 배수구에 나무 등 이물질이 걸려 배수가 안 돼 마을과 인근 공장 등에 물이 들어차자 잠수해 배수구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 집과 공장 등의 침수피해를 막기도 했다"며 "위험상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숨보다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중하게 여기는 최진용 이장은 마을의 보배다"라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최 이장은 "누구에게 보여지기를 위해서,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다. 당시는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누군가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광주=박청교 기자 pc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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