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 김영사 / 1만5천500원

2020년 들어서 오래도록 말로만 들어오던 생태계 파괴를 전 지구인이 온몸으로 느끼게 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던 일상에 제동을 걸었고, 시베리아의 이상고온과 잡히지 않는 산불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재난이 계속되고 있다. 또 장마는 50일 넘게 이어지고 남극 세종기지의 눈이 녹아 버리면서 우리 또한 멀게만 생각했던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됐다.

 이 책은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위협과 두려움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누려 왔고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다. 

 더 많이 빨리 소비하는 생활이 만들어 낸 심각한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 안전하고 편리해진 삶,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는 풍요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구 환경의 지속성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호프 자런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지구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주요 소재로 호프 자런이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이다. 지구환경의 변화 중 1969년생인 저자가 자신이 살아온 지난 50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중심으로 지구 생태계를 살펴본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평균수명, 식량 생산 방식과 에너지 소비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이것이 결국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는 녹아내리는 빙하를 이야기하면서 아기가 손에 쥐어 보는 얼음 조각을 묘사하고, 여섯 살 때 ‘커빙턴’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던 얼음덩어리 친구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제는 캐나다에서도 어린이 하키 리그 시즌을 운영하기 어려워진 상황과 야외에서 실내경기장으로 옮겨져 이뤄져야 할 수도 있는 동계올림픽 경기를 안타까워한다.

 그럼에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누려 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며 우리 자신이라는 자원으로 생태위기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부록 ‘지구의 풍요를 위하여’에는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태계를 고려하며 살도록 돕는 조언이 제시된다.  

인천연극 2000-2010
박은희 / 다인아트

연극연출계의 거장이자 인천시립극단을 이끌었던 박은희가 「인천연극 2000-2010:연극vs교육연극」을 펴냈다.

 1974년부터 시작된 박은희의 연극 작업은 교육연극을 처음 알린 1992년부터 ‘연극’과 ‘교육연극’ 두 가지 큰 흐름으로 나뉜다. ‘연극’에서는 굿의 연극적 수용을 실험하는 ‘한국연극 정체성 찾기’가 주를 이룬다. ‘교육연극’은 워크숍 형태의 교육연극인 DIE(Drama-In-Education)와 공연 형식의 교육연극인 TIE(Theatre-In-Education)를 전국에 보급하는 일이다. 「인천연극 2000-2010」 역시 두 가지 연극 작업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시립극단 예술감독 재임시기(1999∼2003)와 시민교육연극센터 대표를 지낸 시기(2004∼2011)의 기록이다. 1부에는 이 시기 정기공연과 특별기획공연, 교육 프로그램, 시민연극 등을 담은 인천연극연표를 포스터 이미지와 팸플릿 글 등과 함께 소개했다. 2부에는 저자가 집필하거나 지도한 다양한 장르의 희곡 8편을 소개했다. ‘마르지 않는 샘물’과 ‘불’, ‘닭과 아이들’, ‘광대풍속도’, ‘쌘위치 변주곡’, ‘엄마잔소리 Neverending!’, ‘뉴욕 스토리’ 등이다.

프리즘
손원평 / 은행나무 / 1만3천500원

사랑이 퇴색돼 버린 남자 도원, 상처와 후회를 억지로 견뎌 내는 재인, 늘 마음에 상대방을 채워 가야만 하는 예진, 단 한 사람도 마음 안으로 들이지 못하는 호계. 「프리즘」은 이 네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마음’을 다양한 빛깔로 비춰 가는 이야기다.

 전작 「아몬드」에서 타인의 몰이해와 공감하지 못하는 현실을 매력적이고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 낸 손원평이 이번에는 네 주인공의 사랑에 대해 썼다. 사랑으로 움직여지는 그 마음 각각의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한 톤과 함께 밀도 높은 문장으로 표현했다.

 인연과 우연이 반복되는 사랑, 시작과 끝, 불타오르고 희미해져 꺼진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다른 얼굴로 시작된다는 것. 그 끊임없는 사이클을 살아있는 내내 오가는 그런 사랑. 이 소설은 아름답게 혹은 날카롭게 산란하는 사랑의 빛깔들을 통해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무늬를 남기는지 내밀하게 말하고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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