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도 ‘직업’이라 생각하자… 1만 시간 지켜온 나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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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도 ‘직업’이라 생각하자… 1만 시간 지켜온 나와의 약속
[포스트 코로나 희망을 말하다] 감염병도 못막은 이광수 씨의 나눔
  • 홍봄 기자
  • 승인 2020.09.11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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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봉사활동 1만 시간을 달성한 이광수 씨가 지난 9일 연수구 적십자사 인천지사 내 무료급식소에서 코로나19 시대의 봉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올해 봉사활동 1만 시간을 달성한 이광수 씨가 지난 9일 연수구 적십자사 인천지사 내 무료급식소에서 코로나19 시대의 봉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자원봉사를 1만 시간 했다면 어떨까.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워진 요즘에도 삶의 일부가 된 봉사를 이어가는 이광수(71)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씨가 처음 봉사에 나선 건 2011년 5월 6일이다. 정년퇴직 후 프로그램 수강 신청을 하러 연수구노인복지관에 간 날이었다. 시기를 놓친 탓에 강좌 신청은 못했지만, 복지관 식당에서 설거지 봉사를 할 일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뜻 고무장갑을 꼈다. 그날 이 씨는 앞으로 매일 설거지를 하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올해 1월 이 씨는 봉사 1만 시간을 달성했다. 처음 약속처럼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봉사현장을 찾은 덕분이다.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마다하는 법이 없는 이 씨에게 이제는 지역 봉사센터와 복지시설 등에서 수시로 SOS를 보낸다. 목욕봉사와 반찬 배달, 무료 급식, 구호품 전달, 재능 나눔 등 활동도 다양해졌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오전과 오후 시간을 쪼개 다닐 정도로 분주했다. 지역에 남성 봉사자가 적은 탓에 주로 힘을 쓰는 일을 자처해 왔다. 특히 2012년부터 매주 수요일에 하는 목욕봉사는 오전과 오후 2명씩 총 4명 외에는 선뜻 나서는 남성 봉사자가 없어 고정 멤버가 됐다. 궂은 일에 나설 때면 이 씨는 "내가 빠지면 누가 하겠나"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부 활동에 제약이 있지만 여전히 이 씨는 쉴 틈이 없다. 월요일 오전에는 적십자 무료급식소에 나가 홀몸노인들에게 5일 치 식품을 나눠 주고, 오후에는 취약계층 12가구에 비대면 방식으로 반찬을 배달한다. 이웃들을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일부러 점심을 먹지 않고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간혹 빈 반찬통에 사탕이 채워져 돌아오는 날이면 보람을 느낀다. 다른 날에도 도움을 청하는 곳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 씨의 손길을 더 필요로 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컴퓨터 활용이 어려운 홀몸노인이나 소외계층을 찾아 비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 씨와 대학생 봉사자가 한 조를 이뤄 오는 16일과 17일에도 대상자 가구에서 온라인 음악회를 볼 수 있게끔 도울 예정이다.

오늘도 소외된 곳을 살피는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겨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돌보고 배려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광수 씨는 "아무래도 지원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이 많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배려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없어져서 체력이 닿는 데까지 보다 활발히 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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