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경 인천시 근로자 문화센터 가곡 반 지휘자
인연경 인천시 근로자 문화센터 가곡 반 지휘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의 변화에 대해 수많은 담론이 나오고 그에 관한 책도 넘쳐난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코로나 이후 세상에 대해 "타인보다 스스로에 몰두하면서 창의적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사회가 돼 혼자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악기연주나 그림 그리기, 도예, 화초 가꾸기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예술활동이 늘어나면서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예술가가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나는 가곡이나 성가 합창단 지휘자 겸 노래를 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음악 코치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 인천시 관내 노인복지관, 평생교육관, 근로자 문화센터, 초등학교 등 7개소 이상에서 노래 코칭이나 합창 지휘자로 하루하루를 바쁘고 보람차게 보내왔다. 3월 이후 모든 문화센터의 학습이 중지되고 나의 소중한 일도, 소득도 보람도 순식간에 멈췄다.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코로나 종식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다 내가 잘하고 지금까지 잘 해온, 남을 가르치는 일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어 지난 7월 작은 피아노 학원을 인수했다. 

피아노 치는 것은 나의 전공이지만 오랫동안 합창 지휘와 노래 지도를 해왔던 터라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피아노 강습은 조금 낯설지만 미래의 음악도를 양성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남에게 자신을 보여주는데 있어 노래만큼 강렬한 무기가 또 있을까?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문화는 음악, 체육, 미술, 문학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음악이 가장 먼저였고 공감이 가장 빠르고 쉽고 강력하다고 본다. 나의 주변에는 중년기에 음악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분들이 많다. 

3년 전 정년퇴임한 안 선생님은 1년 전부터 나한테 노래를 배우고 있는데 자아성취를 위한 예능 활동 중 노래만한 것이 없다고 열성이시다. 그분 역시 부지런하셔서 音體美文을 모두 하신다. 좀 더 일찍 가곡을 배워서 정년퇴임식장에서 뻔한 퇴임사보다 악기연주나 좋은 노래 한 곡을 불렀더라면 얼마나 멋졌을 것이며 두 딸의 결혼식 때 자신이 직접 축가를 불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한다. 이제는 동창 모임이나 동호회 모임에서 언제든 폼나게 노래 한 곡 부를 수 있다고 대견해 한다. 

50대 초반의 이 여사님은 성가 부르기를 지도받고 있는데 진즉에 이렇게 기초부터 배웠더라면 교회에서 좀 더 은혜롭게 성가대 활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좀 늦었다며 그나마 다행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가곡을 부르는 것은 평상시 편한 복장으로 살다가 중요 행사가 있을 때 산뜻한 정장을 차려 입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을 때 ‘비목’을, 백두산 관광을 갔을 때 ‘그리운 금강산’을, 유럽 여행 시 필수코스인 이탈리아 나폴리 항구를 찾았을 때 100년 전 그곳에서 탄생한 우리의 민요나 대중가요와도 같은 ‘오 솔레미오’를 마음껏 불러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아일랜드에 가서는 목동이 군에 간 아들을 그리워하며 불렀다는 ‘denny boy’를 부르고, 멕시코에 가서는 조영남 씨가 불러 익숙한 멕시코 민요 ‘제비’를, 스페인에 가서는 스페인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 ‘에레스 뚜(그대 있는 곳까지)를, 로마에 갔을 때 ‘moon river’를 흥얼거려 보며 잠시라도 영화의 주인공 오드리 햅번이 돼보는 것은 어떨까? 해당 원어로 부른다면 더 좋겠지만 멜로디만이라도 한 구절 읊는다면 현지인들도 한국인을 달리 볼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관광객이 ‘아리랑’을 부른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하면 그 상황이 이해가 갈 것이다. 인천시민이라면 그 정도의 수준과 낭만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인천시민들에게 산뜻한 멋쟁이가 되는 그 기초를 내가 닦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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