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석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장현석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검경 수사권조정에 대한 논의는 역대 정권에서 계속 논의가 있어 왔으나 검찰의 반대로 번번이 좌초됐다. 하지만, 올해 초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은 잡혔다고 볼 수 있다. 수사권 조정안은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해 도출한 것으로서 핵심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 관계를 지휘·감독이라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다. 법률개정안은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대신 검찰은 기소권과 더불어 ‘송치 후 수사권’과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조정했다. 

국회에서 개정된 법률에 근거해 대통령령 제정안이 지난 8월 7일 입법예고 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정(안)’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제정(안)’이 공개됐다. 하지만 제안된 대통령령은 당초 개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실망스러운 내용이 포함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먼저, 개정 법률안은 검경 간의 상호협력관계를 중요한 입법 취지로 삼고 있지만, 제안된 형소법 대통령령(안)은 검찰과 경찰에 모두 적용되는 수사준칙 규정을 법무부 단독으로 주관하도록 규정해 향후 대통령령의 유권해석과 개정에 있어서 경찰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어렵게 됐다. 대통령령에 대한 주관기관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도록 해 검경이 법률 해석과 개정에 있어서 상호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제안된 형소법 대통령령(안)과 검찰청법 대통령령(안)은 법률상 근거 없이 검사 권한을 확대하는 여러 조항을 추가해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도록 한 상위법 취지를 퇴색시켰다. 

형소법 대통령령(안) 제63조는 기한에 상관없이 검사가 경찰 수사에 대해 재수사 요청이 가능하고 또한 송치 요구가 가능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검사의 수직적 지휘가 가능하게 했다. 또한 검찰청법 대통령령(안)은 검찰청법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그리고 대형참사로 한정한 검사의 수사범위를 경제범죄에 마약범죄를 포함시키고,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에 포함시켜 수사 범위를 확대시켰다. 

그리고 형소법 대통령령(안)에는 검사가 영장을 발부받은 사건은 경찰에게 사건을 이송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해 검사가 마음먹은 사건은 법원에서 영장만 발부받으면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해 검사가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사가 맡도록 하자는 당초 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할 수 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안에 대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수정해 대통령령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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