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호 영화감독.
심규호 영화감독.

인천 출신 심규호(29)영화감독이 주목받고 있다.

심 감독은 최근 열린 ‘제3회 울산단편영화제’에서 영화 ‘청년은 살았다’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영화제 첫 수상이다.

그는 "상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만약 상을 받게 되더라도 촬영상이나 배우가 받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대상에 호명돼 무척 놀랐다. 얼떨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중학생 시절 연극반 활동 통해 영화감독 꿈 키워

심 감독은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태어나 연수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인천함박초, 청학중, 송도고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텔레비전을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을요. 초등학생 때는 티비에 나오는 코미디언 흉내를 내면서 친구들을 웃기기도 했죠."

영화에 대한 관심은 중학생 때 시작됐다. 친구 따라 연극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연극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중3 때는 연극반 선생님과 학생들이 일본 소설 「컬러풀」을 갖고 연극을 만들었는데,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컬러풀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으로 아픔을 겪던 소년이 다른 세계에서 소녀를 만나 치유하는 내용인데,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아 무대에 섰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관객들 앞에 서서 연기를 하고, 관객들과 호흡을 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죠. 또 이 작품으로 인천청소년동부연극제에 참가해 은상도 받았습니다."

당시 강렬했던 무대의 경험은 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그는 한서대 연극영화과에 수석 입학했다.

# 첫 단편영화 ‘등산’

그가 대학 시절 만든 첫 단편영화는 ‘등산’이다. 이 작품으로 제6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는 27살 취업준비생 진욱이 등산을 하면서 겪는 기묘한 이야기를 담았다. 진욱은 산을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비가 오자 그에게 우산을 씌워 주기도 하고, 간식거리를 주기도 하며, 취업에 대한 조언도 해 준다. 또 그가 정상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축복을 해 준다. 

하지만 산을 올라가면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은 내려가면서 하나둘 사라지고 만다. 진욱은 산을 내려가다 발목을 다쳐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같이 올라왔던 사람들은 쳐다만 볼 뿐 냉정하게 지나가 버린다. 결국 만신창이가 돼 내려온 진욱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등산’은 2014년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해서 만든 영화로 저의 첫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의 인생사를 표현하고 싶었죠. 원래는 학교 과제로 만든 영화였는데, 그냥 묵히는 게 싫어서 영화제를 알아보다가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 출품했고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첫 작품으로 영화제에 초청까지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하고 큰 힘을 받았습니다."

영화 ‘청년은 살았다’ 스틸.
영화 ‘청년은 살았다’ 스틸.

# 첫 수상작 ‘청년은 살았다’

심 감독은 첫 영화 ‘등산’에 이어 ‘똥가방’, ‘탠저린’을 거쳐 ‘청년은 살았다’로 영화제에서 첫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청년은 살았다’는 도시에서 시골로 낙향해 살고 있는 한 청년이 낚시를 하던 중 수상한 자루를 발견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청년은 다리를 저는 혹부리 괴인과 만나 주머니를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썼던 이야기입니다. 2017년 대학을 졸업하고 막막했던 때였죠. 영화는 계속 찍고 싶고 공부도 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던 때였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시골에 가서 한 달 정도 살았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낚시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었죠. 당시 낚시를 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왜 살아야 하나’에 대해 생각했고 문제를 해소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청년은 살았다’를 찍으면서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심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찍었던 영화 중 가장 규모가 컸습니다. 또 영화가 동틀 녘에 시작해 해 질 녘에 끝나는데, 그 시작과 끝이 중요한 부분이었고 차지하는 분량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동틀 녘과 해 질 녘은 순간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그 어떤 작품보다 전투적으로 임했습니다."

영화 ‘청년은 살았다’ 스틸.
영화 ‘청년은 살았다’ 스틸.

# 그의 꿈은 ‘영화감독’

영화 수 편을 찍었지만 그의 꿈은 아직도 영화감독이다.

심 감독은 "아직도 영화감독이라고 하기는 민망하다"며 "장편영화를 찍어서 영화감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 작품을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장편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제 영화를 보여 주고 싶습니다. 영화가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영화 한 편, 한 편에 있어 진중한 자세로 임할 겁니다. 책임감 있게 영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 심규호 영화감독 프로필

송도고 졸업

한서대 연극영화과 졸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제작 석사과정 수료

# 필모그래피

2014년 영화 ‘등산’ 감독, 제작, 각본, 편집

2017년 영화 ‘똥가방’ 감독, 제작, 각본, 편집, 주연

2018년 영화 ‘탠저린’ 감독, 제작, 각본, 편집, 주연

2020년 영화 ‘청년은 살았다’ 감독, 제작, 각본, 편집

# 수상

제1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촬영상’ 수상(청년은 살았다)

제3회 울산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청년은 살았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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