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다 주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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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다 주지 못한 이유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9.2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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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불효자는 옵니다." "올 추석 효도는 내년 추석에 두 배로 받을게." "며늘아,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면서 코로나로 인한 오늘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보게 됩니다. 동시에 저렇게 말씀은 하시더라도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속내도 묻어나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의 아버님은 40년 전에, 어머님은 2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잘못한 일만 떠오릅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그 당시는 못마땅하게 여긴 것들이 부모님의 사랑이었음을 세월이 한참 흘러 이제야 깨닫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정작 들어주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습니다. 도대체 부모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인터넷 자료 중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어느 방송국에서 청취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라는 퀴즈를 냈더니 답이 적힌 엽서가 많이 도착했는데, 1등으로 당선된 것은 ‘우리 엄마의 눈’이라는 제목의 엽서였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로 실명했습니다. 멀쩡하던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채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말할 수 없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익명의 누군가가 한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년은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한쪽 눈만이라도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식수술을 마친 청년은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짜증을 부리고 화를 냈습니다. 며칠 후 아들은 붕대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보는 순간 청년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으니까요.

 "얘야,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게 나의 장님 몸뚱이가 짐이 될 것 같아서…." 

 어머니의 잇지 못하는 끝말이 제 가슴을 후려칩니다. 아들에게 자신의 장님 몸이 짐이 될 것 같아 걱정하시는 어머니, 이것이 어머니들의 마음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큰가시고기 수컷의 삶에서는 부정(父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암컷이 산란하기 전 수컷은 산란할 둥지를 준비합니다. 둥지가 완성돼 암컷이 알을 낳으면 암컷은 즉시 둥지를 떠나고, 이때부터 수컷의 알 지키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호시탐탐 알을 노리는 적을 물리치고 알이 잘 자라게 하려고 자신의 지느러미로 쉬지 않고 부채질해줍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알을 지키는 일에만 전념합니다. 마침내 알이 부화해도 수컷은 둥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가려 하면 다시 둥지 속으로 넣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며칠 지나면 새끼들이 둥지를 떠납니다. 마지막 새끼가 떠난 그 둥지에 수컷은 그대로 남아서 삶의 최후를 맞습니다. 마지막 새끼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까지 수컷 가시고기는 무려 15일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새끼들을 보살피느라 몸은 만신창이가 돼 죽습니다. 이렇게 죽은 수컷의 주변에 새끼들이 다시 모입니다. 아버지의 살을 파먹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신의 한쪽 눈을 줬으면서도 미안해하는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새끼들에게 기꺼이 내어준 큰가시고기 수컷의 삶이 곧 우리들 부모님의 삶이었습니다. 

 오늘은 "얘야,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게 나의 장님 몸뚱이가 짐이 될 것 같아서…"라는 이 말이 참으로 오래 그리고 슬프게 기억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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