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몇 해 전 퇴직 후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어쭙잖은 동기로 청렴강사가 되겠다고 청렴교육연수원의 강사양성 모집에 응모했었다.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박 3일 기본계획을 받았다. 나름 시청 감사실에서 근무하면서 몇 번 후배들에게 청렴교육도 해본 터라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교육과목도 사례와 제도의 이해, 법규 설명, 행위기준 설명 등이 주여서 뿌리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소양과목이 없었다. 시험문제도 왜 그리 비비 꼬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직자가 왜 청렴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이 그저 공직자는 이런 것을 하면 안 된다, 이런 행위를 하면 이런 처벌을 받는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기계적인 강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같아 씁쓸했다. 소학과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공직을 수행하는 자의 가장 높은 명예는 청백리이고 청백리의 기본 조건은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라 했다. 청빈(淸貧)이나 적빈(赤貧)과는 다른 개념이다. 공직자의 청렴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사념과 욕심을 버리고 검소하고 근면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럼 왜 청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기본인데 이는 외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에 의해 청렴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청렴이 처벌을 피해서가 아니라 공직자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한다면 법규나 사례 중심의 주입식 교육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교육 시마다 청렴은 소위 빽이 없는 공무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라고 했다. 다산 선생의 가르침인 6자 비결은 모두 렴(廉)자이다. 렴은 명(明)이다. 청렴하면 사물과 이치의 옳고 그름, 밝고 어둠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부정부패를 숨기지 못한다. 렴은 위엄(威嚴)이다. 시민들이 공직자와 정책이나 시책을 신뢰하고 따른다. 렴은 강(强)이다. 하위직이라고 해서 상관이 함부로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를 하지 못한다. 

다산 선생도 상관의 위협과 아전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리와 월급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겨야 한다고 했다. 상관이 엄한 발로 나를 위협하는 것은 내가 봉록과 지위를 보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했다.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는 힘, 이게 청렴의 힘이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나 시청 감사실에는 ‘心淸事達’이라는 글씨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마음이 맑으면 모든 것이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명나라 우겸이 말했다는 ‘淸風兩袖’와 더불어 청렴을 의미하는 경구(警句)라고하나 심청사달이란 단어는 고전에는 없는 단어이다. 명심보감에 ‘심청몽매안(心淸夢寐安)’이란 말이 있고 이는 마음이 맑으면 꿈이 편안하다는 의미이다.

그럼 법규에 정한대로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지 않으면 모두 청백리인가. 업무 처리에 사사로움이 없다고 청백리인가. 그렇지 않다. 청렴에는 반드시 검소하고 근면한 업무수행의 조건이 따른다. 재물이나 직위를 탐하지 않는다고 주어지는 명예가 아니다. 근(勤)이란 진흙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겸해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검소함이란 재정은 반드시 수입을 헤아려 지출하고 없는 것을 퍼주겠다고 하는 허세보다 백성에게 빼앗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다.

벼슬에 임하는 법도는 오직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다. 중국 남송시대 시인이었던 여본중(呂本中)의 가르침이다. 청렴은 시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공직자들이 언행을 조심하고 정부가 공신력을 회복하고 제고한다면 정치풍토는 맑아질 것이다. 청렴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갑옷이며 조직을 위해 필요한 공무원의 필수 조건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