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김정은 = 불사신’이라는 제목만을 보고 필자의 뜬금없는 제목 설정에 큰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불사신’이란 아무리 때려도 다치지도 아니하고, 또 피도 나지 않는 특이하게 강한 몸을 지닌 사람을 비유해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최고통치자인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지 않은 채 "불사신이다"라고 단언한다면, 자칫 국가보안법에서 ‘반국가 단체의 수괴’라고 규정하고 있는 김 위원장을 고무(鼓舞)하거나 찬양 또는 추앙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글에서 이런 주제를 감히(?) 설정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은 물론이고 주요 일간지와 주간, 월간지 등에서 북한의 실상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분석과 평가, 예단과 전망을 하고 있는 자칭(自稱) 타칭(他稱) ‘북한전문가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리고, 이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파되는 북한의 왜곡된 정보와 지식을 바로잡음으로써 ‘균형된 대북관’, ‘올바른 대북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이유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북한의 최고통치자인 김 위원장이 마치 ‘불사신’처럼 우리들에게 비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들 전문가들의 그릇되고도 부정확한 정보와 첩보, 즉 ‘믿을 만한 소식통이나 복수의 소식통’을 원용하거나 ‘아니면 말고, 카더라’ 식의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주장과 역설(力說)로 인해 제기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각종 소식통을 원용하면서,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것도 북한의 주요 매체에서 그와 관련된 군부대 시찰이나 공장·기업소 현지 지도와 외부인사 영접이나 주요 회의 주재사실 등에 관한 보도가 없으면 그의 신변에 큰 이상(異常)이 발생한 것처럼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생사(生死)의 여부가 큰 관심사로 대두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이런 관영 매체에서 김 위원장에 관한 공개 활동 소식이 없게 되면,  아니 우리가 잊을 만하면 예외 없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그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병(持病)설’, 수술 과정에서 큰 위험에 직면했다는 ‘위독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단언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예단이나 추측이 나온 후 며칠, 또는 10여 일이 지난 후에는 어김없이 그 당사자인 김 위원장은 군부대를 시찰하거나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현지 지도를 하거나 당 중앙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등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곤 했다. 마치 "너희들의 정보 수준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라고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런 설이 제기되기 전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조선중앙TV나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등에 모습을 비쳤던 것이다.

말하자면, 가만히 자기의 맡은 바 책무를 나름대로 소신껏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불사신’이란 별명을 안겨준 사람들이, 보다 근원적으로 말씀드리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의 수괴’를 고무하고 찬양하고 추앙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란 사회는 태생적으로 그들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외부에 유출, 전파되지 않도록 철통 같은 감시, 통제장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북한에 대한 남다른 조예가 있고, 많은 방북 경험을 갖고 있고, 한평생을 북한만을 연구하고 분석한 사람, 설령 북한에서 살다가 우리 사회에 입국한 고위탈북자들이라 할지라도 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상을 부처님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소상하고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의 숨은 뜻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김정은은 불사신과 같은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불세의 위인이나 강철의 영장’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그릇되고도 부정확한 진단과 평가에 의해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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