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촉 땅의 장송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평소에 파촉을 다스리는 유장의 됨됨이가 모자란다고 여겨 탄식을 거듭하다가 조조를 찾아갔다. 이때 조조의 책사로 ‘계륵’ 암구호 사건으로 죽은 양수가 살아 있었으므로 만나서 잘난 척을 했는데 그 압권이 병법서 「맹덕신서」를 줄줄이 외운 것으로 유명하다. 

놀란 양수가 말했다. "참으로 대단하오. 한 번 본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니 과연 천하의 기재입니다."

비상한 두뇌 회전으로 당대를 주름잡던 양수의 감탄이라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이 얘기는 소설의 꾸밈이었을 뿐이지 장송이란 인물이 그리 대단한 기재는 아니었다. 

소설에서는 놀란 양수가 조조에게 장송을 천거하며 "그의 구변은 마치 강물이 쏟아지듯 막히지 않고 승상께서 엮으신 「맹덕신서」를 한 번 보고 암송하니 아마 이렇듯 널리 배우고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으나 조조는 푸대접을 하고 쫓아버렸다. 

한 번 본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암기력은 대단하겠다고 하겠으나 이를 응용하지 못 하는 한계는 간단하지 않다. 암기력과 세상 사는 이치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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