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서 열린 캠프 마켓 시민 개방행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참석 내빈들이 출입문을 열고 있다. 캠프 마켓은 일본 육군의 조병창으로 사용된 시기까지 포함해 81년간 ‘금단(禁斷)의 땅’이었으나 이날 일부 개방됐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14일 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서 열린 캠프 마켓 시민 개방행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참석 내빈들이 출입문을 열고 있다. 캠프 마켓은 일본 육군의 조병창으로 사용된 시기까지 포함해 81년간 ‘금단(禁斷)의 땅’이었으나 이날 일부 개방됐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81년간 채워진 자물쇠가 드디어 풀렸다. 일제에 이어 미군의 장막에 둘러싸였던 부평 캠프 마켓이 인천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14일 오전 9시께 부평 캠프 마켓에서는 개방 행사를 준비하는 인천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시민들에게 소개할 전시와 각종 물품 등을 둘러보고 영상 송출과 기념촬영 등을 위해 동선을 꼼꼼히 살폈다.

10시 30분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주한미군에게서 인수한 캠프 마켓 정문 열쇠를 박남춘 시장에게 전달하면서 캠프 마켓 개방행사가 시작됐다. 박 시장은 81년간 인천시민에게 닫혔던 캠프 마켓의 정문 자물쇠를 열고 홍영표·이성만 국회의원, 차준택 부평구청장 등 참석 내·외빈 100여 명과 함께 부대 안으로 들어섰다. 부평구 풍물단은 판굿과 지신밟기 등으로 역사적 순간에 흥을 북돋았다.

박 시장은 "캠프 마켓을 되찾기 위해 시민참여위원회와 함께 시민의 지혜, 힘을 모은 끝에 오늘 같은 감격스러운 날을 맞았다"며 "반환 부지를 시민 여러분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방부·주한미군과 협력하고 토양 정화도 완벽히 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시는 캠프 마켓과 관련된 영상을 송출해 참가자들이 미군부대 부지 반환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또 ‘81년 잊혀진 역사를 품은 캠프 마켓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미군기지 등의 사진을 공개하는 전시와 각종 관련 물품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다.

캠프 마켓 부지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일본군의 연습장으로 사용되면서 부평 안에 있지만 주민들이 쓰지 못하는 ‘고립된 섬’ 같았다. 중일전쟁 당시인 1939년 일본 육군 조병창이 설립되면서 사실상 강제 징용이나 다름없는 인천시민들의 노역도 아픔으로 새겨졌다. 조병창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군수물자 공장으로 조선 병참기지화의 상징이었다.

시간이 흘러 해방을 맞았지만 이 공간은 주민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45년 미군이 인천항에 상륙하면서 조병창이 미 육군 군수지원사령부인 ‘애스컴(ASCOM)시티’로 사용됐다.

시는 이번 개방행사를 첫걸음 삼아 캠프 마켓 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한미 합의에 따라 캠프 마켓 44만㎡ 중 21만㎡를 우선 반환받았고, 2단계로 나머지 23만㎡ 땅도 돌려받을 예정이다. 시는 내년 12월까지 ‘부평구 군부대 주변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 구상 용역’을 마무리하고 캠프 마켓의 활용 방안을 확정한다.

캠프 마켓 개방 터(9만3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민에게 개방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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