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열렸다.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이 지난 14일 인천시민에게 돌아왔다. 일제강점에서 8·15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까지 그곳의 주인은 일제에서 미군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무려 81년간 우리 땅이지만 우리 것이라 부르지도, 발을 디딜 수도 없었던 금단의 땅이었던 캠프마켓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인천뿐 아니라 외국 군대에 땅을 내줘야 했던 우리 국민 모두에게 2020년 10월 14일은 매우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박남춘 시장은 개방행사에 앞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주한미군에게서 인수한 캠프 마켓 정문 열쇠를 건네받아 81년간 대한민국 국민에게 굳게 닫혀 있던 캠프마켓 문을 열고 인천시민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캠프 마켓이 인천시민에게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일제에서 미군으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민주화 이후인 1990년대 들어서야 반환 움직임이 본격화됐고, 반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1996년에는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부평 미군기지를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 대회’ 등을 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지만 냉전논리 속에 반환운동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반환요구와 투쟁이 이어지면서 23년이 흐른 지난해 12월 한미 합의에 따라 반환이 결정되고 올해 7월에야 부지 일부 개방과 시설물 설치 승인을 얻어냈다. 작은 땅이지만 국민의 요구와 투쟁으로 우리 땅을 되돌려 받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환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당장 캠프마켓은 전체 44만㎡ 중 우선 반환받은 21만㎡를 제외한 나머지 23만㎡의 땅도 조속히 돌려 받아야 한다. 캠프마켓에는 여전히 일제의 무기공장이었던 조병창과 미군이 주둔하면서 조성한 클럽 등 각종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들 시설이 단순한 관광지나 즐길거리로 박제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 시설은 땅을 빼앗기고 수탈당한 우리 민중의 한숨과 분노가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81년 만에 반환 받은 사실에만 감격해 안주해서는 안된다. 반환받은 시설을 단순히 박제화한 볼거리로 만들 것이 아니라 역사와 가치를 담아내면서도 개방과 소통으로 역사를 인식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박남춘 시장이 해야 할 앞으로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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