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 /사진 = 연합뉴스
독감 예방접종. /사진 = 연합뉴스

"무료 접종 대상 연령대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요."

용인시 수지구에 거주하는 김모(47)씨는 70대 부친과 함께 독감 예방접종을 계획했다. 그러나 본인은 정부가 정한 무료 접종 대상자(생후 6개월∼만 18세, 임신부, 만 62세 이상)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부친은 최근 유통사고가 발생했던 무료 백신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유료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원과 용인지역 개인병원 7곳에 전화로 접종을 문의했지만 "무료 백신은 있지만 유료 백신은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모(29)씨도 수원지역 13곳의 병원에 유료 백신 보유 현황을 확인한 끝에 겨우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지만 몰려든 시민들로 인해 1시간여가량 기다렸다가 접종했다. 이 씨는 "마스크 대란 초기처럼 백신 잔여 분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며 "무료 백신 물량은 많다고 하는데,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무료 접종 대상의 폭을 넓히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독감이 동시 유행할 가능성이 우려되며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도내 동네 의원과 병원에서는 유료 독감 백신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니거나 유료 접종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접종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전국 2만8천476개 의료기관에 공급된 독감 백신은 2천678만여 도즈(무료 백신 1천218만여 도즈, 의료기관 개별 구매 백신 1천460만여 도즈)에 달하지만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19일 본보 취재진이 수원을 비롯해 화성·오산·평택·성남 등에 위치한 독감 백신 접종 동네 의원과 병원 등 20여 곳에 유료 백신 접종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접종이 가능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병원 앞에는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찾아온 시민들이 대기줄까지 만들며 서 있었지만 백신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동네 의원과 병원들을 비롯해 보건당국도 유료 백신 품귀 현상의 정확한 원인에 대한 설명은 물론 언제 백신 수급이 가능한지 명확한 안내조차 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 동네 의원 원장은 "최근 발생한 백신 상온 노출 사고와 백색 입자 검출 등에 따른 무료 백신의 품질 우려와 코로나19로 인해 유료 접종을 받는 시민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수급과 관련해 여러 제약회사에 수 차례 문의 중이지만 유료 백신을 구할 수 없어 접종 예약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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