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항만 기능이 폐지된 내항 1·8부두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해 기존 철책을 철거한 뒤 또다시 철책(보안펜스)을 설치하기로 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 시 등에 따르면 내항 1·8부두 일부에 설치된 기존 철책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새로운 철책을 설치하기 위해 27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인천내항 세관창고부지 등 개방 관련 시설공사 실시설계’ 등의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시민에게 우선 개방할 공간의 면적이 결정되고 새로 설치할 철책의 길이도 정해진다.

시는 항만 기능이 폐지되긴 했지만 항만보안구역이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개방하는 구역과 보안구역을 구분하기 위해 신규 철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0여 년간 닫힌 내항 1·8부두를 시민에게 우선 개방하고 공론화를 통해 내항재생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해안선 철책 제거는 박남춘 시장의 공약이다.

그러나 기존 철책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철책을 설치하기 위해 예산을 세우자 시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정숙(국민의힘·비례)시의원은 "내항 1·8부두의 항만 기능이 폐지됐음에도 철책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민들의 혈세 27억 원을 들여 새로 설치해 바닷물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시민들의 기대감을 저버린 것"이라며 "새로 만든 철책을 몇 년 뒤 철거할 건지 해양수산부 등과 협의해 존치기간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민들 바람대로 부두 끝까지 가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좋겠지만 해당 구간은 도로로 쓰지 않으면 나머지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이런 타협의 소산이 울타리인 것이고,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됐을 때 개방하는 것이 좋다는 고충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보안구역 해제는 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아직 철책 길이나 외관 등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인천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IPA) 등과 잘 협의해 최소화하고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밀입국 등 우려가 있어 보안구역은 항만 기능이 폐지됐다고 모두 해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상상플랫폼 앞 철책처럼 조금 다른 모양으로 보기 좋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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