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언규 경기본사 국장
심언규 경기본사 국장

지난주 술자리에서 지인이 말한 내용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 지인은 20대 후반 자식이 결혼을 포기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금 세상을 보면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모에 기대거나 내 경제 사정이 나아질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요즘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자기 계발을 내세우며 우리 젊은 세대 사이에 결혼 포기현상이 날고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출산율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세상이 되고 있다.

또 올해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면서 불안해진 분위기는 출산율을 더욱 감소시키는 등 저출산은 더욱 심화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5년부터 우리나라 인구 20%가 65살이 넘게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고 예고하면서 점차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최근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지난 10여 년 넘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출산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8만3천200명이며 전년 대비 5천 명(5.6%) 줄었다. 1997년 14만3천 명으로 최고치를 보였지만 2017년 9만4천 명으로 10만 명선이 무너지고 지난해 최저치를 찍었다.

이 같은 감소세일 경우 올해 출생아 수는 7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5천 명이 줄면 14년 후엔 연간 출생아가 0명이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2분기 잠정 합계출산율이 0.88명으로 추정되면서, 결국 출생아 수가 7만 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높지만 정작 현실에선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 제도 등을 적극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기연구원도 역시 저출산의 원인을 주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일자리 부족, 일·가족 양립 여건 등으로 꼽고 있다.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없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나마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가 사회단체 및 종교계로 구성된 경기저출산극복사회연대회의 및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대학생 모임인 Top-us 등과 연대해 저출산 문제 인식 제고와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난 10일 제15회 임산부의날 행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SNS를 통해 해마다 떨어지는 출산율을 우려하며 안정적인 사회 기반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정 총리가 이날 했던 말인 ‘가장 좋은 출산 장려는 좋은 일자리와 좋은 주거환경, 공정한 교육과 안정적인 사회 기반’이 실현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 및 교육 문제 해결 및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출산 정책은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정부 차원의 가족정책과 사회보장제도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당장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단편적 정책보다 주거·교육·보육·일자리 등 각 분야에서 골고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종족 번식 본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이 확산되면 젊은 세대의 결혼율과 덩달아 출산율마저 높아져 지금 고민하는 인구절벽 시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