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지하도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방치되는 분위기다. 인천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 후 9개월여가 지나도록 이를 거부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주 특별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시청 앞 인천애뜰 분수대에서 ‘조례 개정 원천 무효’와 ‘지하도상가 현금 보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집회에는 지하도상가 상인 9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같은 장소에서 행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반발은 지난 1월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통과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조례 개정부터 ‘인천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구성까지 상인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조례 개정에 앞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보상 등 노력이 우선됐어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상인과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시점에서 소통의 힘이 발휘돼야 하지만 이 역할을 맡은 상생협의회는 현재까지 상인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는 상인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상생협의회를 통해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지만 상인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박남춘 시장 역시 지난 8월 시민청원 답변에서 "기존 조례로의 회귀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집회가 아닌 상생협의회를 통해 보다 근본적 문제 해결과 상가 경쟁력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상생협의회에 포함된 일부 상인들의 의견만 중시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인과의 갈등이 진정될 기미가 없자 인천시의회는 6월 스스로 만든 조례를 뒤집는 ‘지하도상가 관리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키고, 시 역시 상위법에 위배되는 이 건의안에 동의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는 ‘급박한 조례 개정’ 후유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대위 관계자는 "다음 달에는 상생협의회를 열어준다고 한다"며 "보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최소한 지하상가 전대 기간이라도 연장을 해 줘야 지하상가 공동화를 막는 등 숨통이 트이고, 이후 지하상가 문제 협상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봉훈 소통협력관은 "이미 두 차례의 상생협의회를 비롯해 수시로 소협의회를 열고 있다"며 "추석 전 마지막 소협의회에서 어느 정도 안건이 정리됐고, 법인 대표를 비롯한 상인 자체 회의에서 상인 간 의견이 모아지면 다시 상생협의회를 열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