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정문 화단 사이로 오랜 시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철제 재떨이가 놓여져 있다.
28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정문 화단 사이로 오랜 시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철제 재떨이가 놓여져 있다.

수원시가 금연문화 정착 등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조성한 ‘금연거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28일 수원지역 각 구 보건소(권선구·팔달구·장안구·영통구)에 따르면 시는 2018년 각 구별로 학교 1곳씩을 ‘청소년 참여형 금연거리’로 지정·운영 중이다.

청소년 참여형 금연거리는 시가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의 요청을 반영해 ‘수원시 금연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지정한 곳으로,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와 율천고등학교, 영신중학교, 산남초등학교 총 4곳이다.

그러나 당초 금연거리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표지물 설치 및 금연지도원·단속원을 배치해 해당 구역 내 흡연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소홀한 관리·운영으로 인해 금연거리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날 정오께 수원농생명과학고 정문∼수원북중 정문 일대 금연거리에서는 공원형으로 조성된 인도 위에서 흡연 중인 남성들이 목격됐다. 이들이 흡연하던 장소에는 화단 사이로 오랜 시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철제 재떨이가 흙이 잔뜩 묻은 채 놓여 있었다. 비슷한 시간, 매탄동 산남초 일대에서도 인도와 차도 및 가로수 주변 등 학생들의 통학로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수북했고, 학교 정문 앞을 흡연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시민의 모습도 목격됐다.

2016년 금연거리로 지정된 선일초 일대도 담배꽁초가 마구 버려져 있는 인도를 걸어가며 흡연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였다.

사정이 이렇지만 각 금연거리 어디에서도 해당 지역이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물은 물론 금연지도원 또는 단속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속 현황도 장안구의 경우 지난해 3건과 올해 4건이 전부였으며, 권선구는 지난해 10건과 올해 1건에 그쳤다. 팔달구와 영통구보건소는 단속실적이 저조하다며 단속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단속이 이뤄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 이모(45·여·팔달구)씨는 "등·하교시간에도 아이들 바로 옆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속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며 "심지어 차 안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도 잦아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내 일선 보건소 관계자들은 "현재 단속인력이 코로나19 상황 업무에 투입되면서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기적인 집중 단속을 통해 학생들과 시민들의 피해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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