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조형물엔 가라는 비둘기만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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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조형물엔 가라는 비둘기만 오더라
수원지역 전통시장 육성 취지로 설치해놨더니
조류 서식지 되면서 분변 때문에 흉물로 전락
시 "각 상인회와 협의해 퇴치 방안 등 찾을 것"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10.30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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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배다리 위에 설치된 조형물에 비둘기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는 가운데 조형물을 고정하기 위한 철근이 비둘기들의 분변으로 뒤덮여 있다.
2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배다리 위에 설치된 조형물에 비둘기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는 가운데 조형물을 고정하기 위한 철근이 비둘기들의 분변으로 뒤덮여 있다.

수원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 부실한 관리 탓에 비둘기 서식지로 전락해 시장 상인 및 보행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시에 따르면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45억여 원(국비 50%, 시비 50%)을 들여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사업’의 하나로 수원 영동시장 앞 수원천을 가로지르는 ‘배다리’ 위에 한옥의 기와지붕 모양을 본뜬 조형물을 설치했다.

2억여 원이 투입된 이 조형물은 당시 팔달문 9개 전통시장이 참여한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고객지원센터와 긴급지원 콜센터 및 환전소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시설 조성과 수원천변과 광장 바닥 등에 역사를 주제로 한 건축물과 입체조형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인근 시장들의 오래된 역사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정작 조형물은 전통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의 쉼터가 아닌, 비둘기들이 머물며 쉬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해당 조형물 위에는 40여 마리의 비둘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주위에도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날아다녔다. 조형물 아래 배다리에는 수십 명의 보행자들을 비롯해 오토바이 등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며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었지만, 비둘기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형물 주위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새하얗던 조형물과 이를 고정하는 철근, 주변 도로는 비둘기 분변으로 뒤덮여 있거나 오염된 상태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누구 하나 치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조형물은 전통시장의 흉물로 전락했다.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장 방문객은 물론 수원천변에서 걷기운동을 하는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조형물 관리 부실로 글로벌 명물시장 육성사업의 취지도 퇴색되는 바람에 전통시장 이미지에 먹칠하는 요인으로 작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 권모(48·여)씨는 "조형물 자체는 굉장히 멋있게 지어졌지만 언제부턴가 비둘기들이 앉더니 결국 머무는 수준까지 왔다"며 "비둘기는 정부에서도 유해동물로 지정한 조류로 사람들에게 각종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다 당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시설인 만큼 비둘기들을 내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 성격상 5년 이내 구조물을 철거할 경우 추후 각 시장이 진행하는 사업에 페널티가 발생해 철거는 사실상 어렵다"며 "인근 9개 시장에서 함께 시설을 관리하는 만큼 각 상인회와 협의해 비둘기가 조형물에 앉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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