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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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와 진리
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20.11.02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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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진화론에 따르면 생존에 유리한 능력이 자연에 의해서 선택되고 세대를 지나면서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의식과 이성은 생존을 위해서 고도로 진화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 의식과 이성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외부 세계를 인지할 때, 우리가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개별적 대상을 유형화해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세계를 고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오류는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니체는 다윈보다는 뒤에 태어났지만 진화론이 널리 받아들여졌던 시대에 살던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니체는 인간의 이성을 인류가 종으로 갖는 생물학적 요구들, 즉 안전이나 지배의 요구, 기호들을 빠르게 이해할 필요성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어 진화론의 시각과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인간은 번성하기 위해서 있는 외부세계를 측량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대상으로 파악해야 경험을 축적하고 미래를 예측해 앞으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인간이 세계를 파악하는 방법은 일종의 ‘오류’이며 ‘가정’이다. 

 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다르지만 ‘논리학’의 기본인 ‘동일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르지만 유사한 것들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외부를 자기 능력 범위에서 받아들일 뿐이고, 외부세계를 있는 그대로 전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니체는 물리학도 하나의 세계 해석이며 세계를 정리한 것이지 세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철학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현상하는 것을 자기 방식대로 파악하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인간은 이런 ‘오류’와 ‘가정’으로 위조된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오류’를 통해서 생존하고 번성했다. ‘오류’는 인간의 한계일 수 있으나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니체는 "잘못된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며,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하고 "인간은 세계를 부단히 위조하면서 살아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인 ‘힘’, ‘물체’, ‘원인과 결과’, ‘운동과 정지’ 같은 개념들은 모두 엄격히 증명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도 했다.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교육한 교사를 길에서 참수하는 끔찍한 테러가 있었다. 그 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해당 만평을 게재한 잡지를 옹호하고 교사를 영웅으로 발언해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고, 곧이어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또 다른 참담한 테러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유일신 종교인 이슬람교를 비롯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들은 ‘절대자’와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진화론과는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다르다. 

 그러나 유일신 종교라고 하더라도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각 종교와 종파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일부 종파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무오류의 진리 그 자체로 인식하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매우 편협한 시각을 보여준다. 인류 역사의 주류는 이런 태도를 이미 중세에 벗어버렸지만 아직도 일부는 폭력적인 자세로 다른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그대로 이해하고 공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다른 것을 폭력적으로 배척하는 종교나 문화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관습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싶은 충동에 쉽게 내몰린다. 어쩌면 오래된 습관에서 생긴 편견일 수도 있는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전부터 배우고 알고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삶을 구성하는 필수적 조건이지만 그중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진짜 ‘오류’는 나의 ‘오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류’를 ‘진리’로 강요하는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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