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 75돌 기념행사의 특징과 북한의 진로(進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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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건 75돌 기념행사의 특징과 북한의 진로(進路)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11.03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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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난 10일 북한은 연초부터 ‘김정은 시대의 대축전’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던 조선로동당 창건 75돌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전 세계적으로 맹위(猛威)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에 애써 초연한 척 하면서 열린 이 행사가 세인(世人)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상적인 기념행사와 그 궤(軌)를 크게 달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 애써 ‘정상(正常)국가’임을 자처해 왔던 북한이 이 행사를 통해 그들 스스로 ‘비정상국가’임을 재연(再演)했기 때문에 ‘북한’을 바라보는 전 세계 국가들에게는 하나의 ‘미스터리’이자 ‘극장(劇場)국가’라는 점을 새삼 각인시켜 줬다.

즉 행사당일인 10일 심야 시간대인 자정(12시)에 이뤄진 대규모 열병식은 ‘정상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민들은 ‘먹을 것, 입을 것’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죽과 불꽃, 조명 등을 최대한 동원해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가운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선보이는 것은 납득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처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 위원장은 이 행사 초반에 기념연설을 통해 북한의 경제 건설이 부진한 원인을 ‘코로나19’ 방역과 군사력 강화의 성과로 대신하면서 ‘국가와 인민의 자주권과 생존권 수호’라는 명분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의 성과 미흡을 ‘미안함과 감사의 울먹임’으로 표현한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말에 개최했던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이른바 ‘정면돌파전’을 제시할 때만 해도 ‘괄목할 만한 경제건설 성과’를 이 대회의 결과물로 제시하려고 했으나, 호언장담했던 평양종합병원의 준공조차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참담한 현실을 ‘예기치 못했던 자연재해 등’으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번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이른바 ‘80일 전투’와 수만 명이 동원돼 1년여 동안 준비한 집단체조 관람 시 김위원장을 비롯한 최측근 수행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점,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는 가운데 전쟁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점,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점 등도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행사는 막상 그 뚜껑을 열고 보니 ‘혹시나가 역시나’ 또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외양만 화려하고 거창했지, 정작 헐벗고 굶주리는 주민들의 생활질(Qualuty of Life) 향상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외화내빈(外華內貧) 그 자체를 드러낸 것일 뿐이었다.

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정작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한 인민들의 생활 향상에는 이렇다 할 청사진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화려한 불빛 아래 다분히 보여주기 행사로 끝난 이번 열병식을 바라보는 내외의 시각은 씁쓸하기만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번 기념행사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약화·해소되지 않는 한 아무리 북한당국이 ‘자력갱생’에 기초한 자력자강 노선을 표방하면서 전력을 경주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코로나 방역과 군사력 강화 성과만으로는 ‘인민대중제일주의사상’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점, ‘인민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와 같은 일종의 코스프레효과는 상징적이고 일시적인 효과만을 가져올지 몰라도 결코 근원적 처방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 등을 짙게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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