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의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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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의 득과 실
이상익 프리랜서/ 행정학 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20.11.09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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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익 프리랜서
이상익 프리랜서

얼마 전 가까운 주말을 이용해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경춘선 숲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한때 서울과 춘천을 연결했던 철길을 공원, 숲길, 벽화 등으로 재단장해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한참 걷다 보니 그린벨트 지역으로 서울 주택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른 태릉 골프장에 도착했다. 

 세계 그린벨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의 버밍엄대학교 고위정책과정에 참석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주말을 이용해 외국인 동료들과 버스를 타고 런던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런던을 둘러싸고 있는 광활한 녹지대, 즉 그린벨트였다. 

 그린벨트 개념은 1902년 발표된 영국 하워드의 저서 「내일의 전원도시(Garden of Tommorow)」에서 비롯된다. 실제 도시를 대상으로 그린벨트 개념을 공간계획에 도입한 것은 언윈(Raymond Unwin)이다. 1929년 런던대도시권 계획위원회의 ‘런던대도시권(Greater Lond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환상형 녹지대인 그린거들(Green Girdle) 도입을 제안했다. 

 최근 영국에서도 그린벨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개발을 금기시하고 있음에도 만성적인 주택 부족과 주택 가격 상승, 부족한 주택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그린벨트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정치적·경제적 실익을 위해 그동안 그린벨트가 거둔 긍정적 효과를 포기하고 삶의 질과 직결돼 있는 녹지자원을 주택 문제 해결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정부에서조차 여전히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이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높으며, 그린벨트 개발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 그린벨트는 1971년 6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의 수도권 마스터플랜 스케치와 메모를 통해 처음 주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효시인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 일본의 근교지대(近郊地帶)와 시가화 조정구역을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게 제도화했다. 드디어 1971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을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1971년 7월 서울을 시작으로 1977년 4월 여천지역에 이르기까지 8차에 걸쳐 대도시, 도청 소재지, 공업도시와 자연환경보전이 필요한 도시 등 14개 도시권역에 전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총면적 5천397.1㎢를 그린벨트로 지정했다. 수많은 민원이 제기됐지만 단 한 번의 구역 변경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후 구역 조정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1998년 4월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6개월간 다양한 조사와 회의를 통해 그해 11월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 시안’을 발표한다. 7개 중소도시권 전면 해제와 7개 대도시권 부분 조정이 주 내용이다. 해제 면적은 1천103.1㎢로 전체면적의 20.4%에 해당한다.

 이후 2008년 또 한 차례 해제가 이뤄지는데 해제 면적이 1차 342.8㎢, 2차 188.7㎢였다.

 현재 수도권 그린벨트 면적은 총 1천389.05㎢로서 서울 150.25㎢, 경기도 1천167㎢, 인천 71.8㎢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그린벨트는 서울 전체 면적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서초구 23.89㎢(24%), 강서구 18.92㎢(19%), 노원구 15.90㎢(16%), 은평구 15.21㎢(15%) 순이다. 반면 용산구·동작구·영등포구 등 6개 구는 아예 없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토지 이용 목적과 도시 경관과 환경을 보전하자는 목적이 상충돼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곤 한다. 또한 재산권 측면에서 개인의 소유권 제한과 공공의 이익 보호라는 상반된 이해관계가 성립돼 있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정부는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즉각적으로 그린벨트 지역, 특히 서초구 해당 지역 땅값과 주택 가격이 또 한 번 요동을 쳤다. 

 그린벨트 해제는 용도지역 변경을 수반하며 토지 가격 상승과 주변 지역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뜨거운 정치적 논란 끝에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그린벨트 해제는 없었던 일로 일단락됐다. 다만, 태릉 골프장은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기로 해 지금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전국 인구의 절반인 50%가 밀집돼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나 추가적인 개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린벨트가 도시의 완충녹지로서 수도권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의 생명력을 지키는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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