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평일 오후 회사로 복귀하기 위해 33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정류장에 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나를 보고 웃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한 아주머니가 내게 말을 걸었다.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아뿔싸! 고개를 내려보니 패딩코트 단추가 하나씩 밀려 끼워져 있었던 것이다. 순간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다행히 마스크를 끼고 있어 티는 안 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부끄러웠다), 별일 아닌 듯 재빨리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고는 단추를 풀렀다 다시 끼웠다.

지금에 와서 그때를 떠올려봐도 당황스러움은 여전했다.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순간, 고작 단추 몇 개 잘못 끼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내가 그 찰나의 순간에 고민을 했었다는 사실이다. 아주머니의 지적을 수용하고 고칠지, 아니면 지적을 무시하고 넘길지 하는 고민을. 나 참, 옷 단추를 잘못 끼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한심한 고민을 그 짧은 순간에 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순간 용기를 냈던 것 같다. 단추를 풀렀다 다시 끼우는 용기. 실수를 지적한 이들 앞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용기, 그 용기 말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이다.

"시작이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는 말로, 이 또한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이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일 테지만 잘 알다시피 모든 시작이 완벽할 수는 없다. 설령 일의 시작이 완벽하다 해도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실수하고 잘못하면, 인정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지적질을 해대면 민망하고 무안하고 수치스러울 테지만 나를 돌아보고 다시 바로 서면 된다. 실수했다고 잘못했다고 지적한 사람이 꼴 보기 싫다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 용기를 내야 한다. 잘못 끼운 단추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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