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 민음사 / 1만6천 원

전작 「눈먼 암살자」와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상을 2회 수상한 캐나다 출신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소설집이 나왔다.

 「도덕적 혼란」은 각각의 단편이 독립성을 띠고 있으나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단편소설집이다. 

 책에는 저자의 실제 삶을 상상하게 하는 자전적 요소가 여러모로 반영돼 있다. 곤충학자로서 가족들을 이끌고 캐나다 외딴 험지에 정착한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의 어머니, 오빠와 어린 여동생으로 이뤄진 애트우드의 가족은 「도덕적 혼란」 속의 배경과 흡사한 삶을 살았다. 애트우드는 도시와 오지를 오가는 가족의 생활 패턴으로 인해 열두 살까지 학교에 정규적으로 다니지 못했으나 책을 벗 삼아 고독을 이겨 냈고, 열여섯 살 때부터 작가의 꿈을 꿨다.

 저자는 자신의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면서 모든 여성이 생의 일정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떤 불안, 나쁜 선택, 그로 인해 겪는 잔잔한 불행과 ‘도덕적 혼란’에 대해 말한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목도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한다. 

 환경운동가로서 그녀의 사려 깊은 면모는 주인공 넬이 티그와 함께 시골 농장에 정착하고 동물들을 우연히 거둬들이며 일어나는 해프닝 속에 냉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넬의 부모에 관한 기억 속에는 20세기 초중반 여전히 광대한 황야였던 캐나다의 자연 속에서 삶을 위해 투쟁한 프런티어들의 감동적인 역사도 깃들어 있다. 

 자전적 소설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평생 천착해 온 주제인 여성의 삶과 그 앞에 놓인 역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결코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고, 여성이라는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에 비하면 매우 온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울림과 여운은 길다. 이는 한 여성의 삶을 유년부터 노년에 걸쳐 순간 포착해 파편화하면서도, 이를 온전하게 하나의 실로 관통해 엮은 작가적 역량 덕분이다. 

 책 「도덕적 혼란」은 자전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제각각 다르지만 같기도 한 여성들의 삶을 객관화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해 나가며 여성으로서 당신과 나의 이야기로 만든다.

무대
필립 라쿠-라바르트 / 문학과지성사 / 1만2천 원

프랑스 철학자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가 ‘무대’라는 개념을 주제로 나눈 대화 10편을 묶은 책 「무대」가 출간됐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주제는 바로 무대라는 연극 개념이다. 왜 연극일까? 낭시는 "오늘날 철학적 작업 속에서 무대에 관한 문제가 여러 주제들의 매듭 혹은 교차점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낭시는 또한 연극이 "현전을 현시하는 특권적인 방식"이라고 언급하는데 이는 배역과 배우, 텍스트와 공연, 말과 몸처럼 이중성을 지닌 연극의 특성과 관련된다. 더불어 이데아와 현상, 현전과 재현, 진리와 현시, 존재와 현존재 등 철학적 개념쌍들을 연극과 함께 사유할 수 있게 한다.

낭시와 라쿠-라바르트는 ‘대화’라는 고전적인 연극 형식에 기대어 질문과 답변, 동의와 수긍,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는 첨예한 논쟁을 펼친다. 두 철학자의 대화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의견 대립을 짚어 보면서 이들이 설명하고 있는 개념들 각각의 복잡성을 인지해 가는 일은 지적인 지평을 한층 넓혀 줄 것이다. 

트루 리버럴리즘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 7분의언덕 / 2만2천 원

자유주의는 2세기 전에 등장한 이론으로, 모든 이에게 동등한 권리를 허용해야 하며 모두 법적으로 동등하게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주의는 지난 2세기 동안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보통 사람들이 상업적으로 검증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부를 이룬 뒤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그 결과 현재 우리는 과거 조상보다 3천 배나 더 잘살게 됐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에게 끊임없이 강제력을 행사하려는 국가, 정부, 관료 등에 위협받았고 그 의미가 왜곡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자유주의’가 ‘좌익 성향의 국가주의자’, ‘점진적 사회주의자’의 의미로 쓰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의적 가치를 소상히 밝히고 자유주의에 씌워진 오해를 바로잡는다. 그리고 인류가 당면한 최대 난관은 불평등이 아니라 빈곤과 폭정이라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결과적 평등에 의한 재분배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주의적 가치가 회복돼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책에는 ‘이성(Reason)’을 포함한 여러 잡지·신문에 기고한 에세이와 인터뷰 그리고 저자의 저서 중 하나인 「부르주아 덕목」에서 발췌한 글 등이 실렸다. 각 챕터는 경제사, 경제정책, 정치철학, 동성애자 인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담고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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