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OO로데이’라는 젊은 층들이 즐기는 기념일이 지나갔다. 20여 년 전부터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제과업체의 프로모션에서 시작된 이날은 과자 모양과 흡사한 11월 11일에 과자나 초콜릿, 사탕 등을 주고받는 이벤트성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해당 일은 농업인의날이기도 해 일부에서는 ‘1111’이라는 숫자가 가래떡 모양과도 유사하다는 이유를 들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행사를 갖기도 한다. 이렇듯 11월 11일은 국내에서는 주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날로 인식돼 있다. 연인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지내는 우리와는 반대로 중국의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1’이라는 외로운 숫자가 가장 많은 날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연인 없이 홀로 지내는 싱글을 위한 우울한 날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국에서 운전을 할 때 차로 변경 과정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여유롭게 차로 변경을 할라치면 멀리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 뒷차량이 상향등을 반복적으로 비춰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역시 같은 사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차이다. 우리의 경우 뒷차량이 상향등을 비추는 것은 불만이나 경고를 표시하는 문화로 자리잡아 있지만 영국의 경우 ‘안전하니 들어와도 된다’는 사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같은 사안이나 도구를 놓고 얼마나 긍정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문화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큰 간극이 빚어졌던 일들이 무엇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노조도 한 사례가 돼 온 것을 볼 수 있다. 경제성장만을 중시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해 왔던 시절을 겪으면서 우리의 문화 속에 자리잡은 노조는 항상 갈등과 투쟁의 상징으로만 인식돼 왔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노동의 고귀함보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만이 중시되다 보니 노조의 항변도 타당한 주장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노조가 갖는 본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사용자와 노동자가 공생할 수 있는 취지가 담겨 있음을 인식해 봐야 한다. 무조건적인 투쟁이라는 제한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의 발전을 위해 서로가 함께 노력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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