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형 전 인천 서구노인복지관장
최윤형 전 인천 서구노인복지관장

그동안 우리는 외로움에 대해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으로 분리해 살펴보기보다는 외로움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많은 의미를 담아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은 발생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해결 방법도 다르다.

‘정서적 외로움’은 자신이 좋아하는 부모, 배우자, 친한 친구 등 중요한 애착 대상이 없어서 나타나는 쓸쓸함의 감정이나 불안정한 감정 등의 상태를 이야기하며 ‘사회적 외로움’은 공통된 활동이나 관심을 공유하는 사회적 관계인 친구, 동료집단, 이웃 등에 소속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연결망이 없거나 붕괴됐을 때 개인에게 나타나는 상실감, 사회적 배제 등에 대한 감정이다.   

이러한 사회적 외로움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 ‘혼술’ 등 혼자 일상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 만나기보다 집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멀쩡히 잘하지만 필수적인 인간관계 외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은 ‘집돌이’, ‘집순이’ 등은 물론 식사, 휴식, 운동, 여가 등 웬만하면 많은 일을 집에서 해결하려는 이들이 많아 ‘홈족’이란 말도 생겼다. 

혼자 사는 삶은 생활 편의와 개인 취향에 의한 선택 문제로 이러한 것을 왜 문제로 봐야 하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연결망 부재, 위급할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사회적 방임 속에 고통 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변 사람과 소통이 부족하거나 대화에 끼지 못할 때 혹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외로움, 행복, 연령인식 등에 대한 옴니버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타인과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외로움의 이유는 주변 사람과 소통 부족이 13.3%를 차지해 1위로 꼽혔고, 이어 대화에 끼지 못하거나 공감대 형성이 안 됨(12.2%),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낌(11.2%), 피상적 관계로 여겨짐(8.4%),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음(8.2%), 혼자라고 느낌(8.2%), 주변인과 갈등 및 불화(7.3%) 등 순이었다. 

특히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대(57.8%)가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고, 그 뒤를 이어 50대(53.1%), 40대(52.1%), 20대(51.0%), 60대 이상(39.3%) 등 순이었다.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사회는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 전염병’으로 정의하고, 외로움 담당장관을 임명해 전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오는 2023년까지 영국의 건강보험제도(NHS)를 통해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처방을 내리고 장기적인 서비스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외로운 사람들의 지역 사회활동을 위해 정부가 180만 유로(약 23억600만 원)를 투자하고, 정부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외로움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인천시도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 성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외로움 문제에 초점을 맞춰 시민들의 관계 회복과 공동체 참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담부서 신설과 사회적 처방사와 같은 전담인력 양성, 지역사회·시민·기업들과 함께 거버넌스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종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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