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관도대전 이후 유표에게 의탁해 신야라는 곳에 머물 때였다. 유표의 처남이자 형주군 총사령관 채모는 유비를 극도로 경계했고, 마침내 죽일 계획을 세웠다. 채모가 설명했다. "유비는 알려진 것과 달리 사나운 데다 야심을 가진 호걸이다. 이곳에 오래 머물면 뒷날 반드시 해가 될 것이니 미리 없애야 한다." 

때는 양양성에서 형주 땅 42주의 광원들이 모이는 잔칫날. 채모는 동·남·북쪽 성문에 군사를 배치하고 성문을 봉쇄했다. 서문을 남겨둔 이유는 그쪽에 단계라고 하는 물살이 거센 강줄기가 있어 도망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비가 탄 적로마는 이 단계를 건너 맞은편 언덕 위로 올라가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도망치는 유비가 깊은 산중을 헤매다 만난 사람이 이곳의 명사인 수경 선생. 수경 선생은 이때 유비에게 "고생하는 까닭은 관우·장비·조자룡 같은 장수를 거느리고 있으나 묘책을 세우고 이들을 이끌 책사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와룡(제갈량)’이나 ‘봉추(방통)’ 중 하나만 얻을 수 있다면 대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귀띔을 해준다. 죽을 고비를 넘긴 유비가 하나의 서광을 얻은 셈이다. 무릇 결정적인 화를 만나도 극복한다면 되레 빛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하겠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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